▲ 김정봉 (사)한국농아인협회 인천광역시협회장

인천지역 청각·언어장애인 등록 수는 2024년 1월 현재 2만9615명이다.

지난 2016년 2월3일, 한국수어언어법이 제정되면서 '한국수어'가 농인만의 언어가 아닌 한글과 같이 사용되는 공용어가 되었다.

긴 터널 같았던 지난 코로나 시기, 생명과 직결되었던 엄중한 시기를 지내면서 매일매일 정부의 발표가 있을 때마다 정부관계자와 수어통역사가 1 대 1로 TV 화면에 송출되었다. 그때부터 일반 사람들에게도 수어통역과 수어통역사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시작되었다.

지금은 '공공수어' 영역으로 정부 발표 때마다 수어통역사가 함께 시책이나 국민에게 전달해야 하는 사항을 함께 송출하고 있는데, 올 4월에 치러지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청각·언어장애인들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불편함 없이 본인의 중요한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지원이 이뤄졌으면 한다.

봄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이제 거리는 선거의 바람이 불 것이다. 후보자들은 모두 거리로 나와 본인의 공약을 이야기할 것이다. 그러나 후보자의 선거홍보 차량에는 후보자와 후보자 지지자들의 연설만 있을 뿐 수어통역사는 없다. 길거리에서 만나는 후보자의 공약을 농인은 들을 수 없다. 농인도 수어통역을 통한 후보자의 공약을 보고 싶다는 걸 기억해줬으면 한다.

공영방송사와 지역방송사에서 후보들이 참여하는 토론회도 진행되는데, 이때 수어통역사는 화면 오른쪽에 잘 보이지도 않는 작은 크기의 화면에서 수어를 한다. 화면의 크기를 키울 수는 없는 걸까? 또, 우리나라에서는 한 명의 수어통역사가 통역을 맡아 하는데, 외국에서는 화면을 분할해 사회자와 후보자 수에 맞는 1:1 통역사를 배치한다. 우리나라에서도 2018년 지방선거 당시 대전광역시장 후보자토론회 등에 도입하는 등 몇 번의 사례가 있었지만, 시범적으로 끝나고 말았다.

그리고, 농인에게는 '한국수어'가 모국어다. 한글은 제2외국어다. 선거 전 홍보물을 우편으로 받아보면 모두 한글로만 표기되어 있다. 후보자의 중요 내용 공약 등을 요약해 수어로 촬영한 뒤, 선거홍보물에 QR로 넣어 주면 정보에서 차별 없는 완전한 선거 홍보물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장애와 상관없이 모든 국민은 평등한 권리와 의무를 갖고 있다. 그렇다면 한 사람의 유권자를 위한 제도적인 개선과 변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그 시작이 인천이 되길 바란다. 2만9615표가 올 4월 국회의원선거에서는 의지와 뜻이 담긴 유효표가 되길 희망한다.

/김정봉 (사)한국농아인협회 인천광역시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