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침체로 빈 점포 늘어나
물텀벙이거리엔 3곳만 남아
“원도심 특성 전략 마련 필요”
▲ 지난 11일 인천 중구 경동 웨딩가구거리에 있는 한 가구점에 폐업 안내문이 붙어 있다.

“한때는 배다리사거리부터 애관극장 일대까지 거리가 가구점으로 빼곡했어요. 가게가 하나둘 떠나고 다른 업종이 들어오면서 가구거리란 명맥이 다 끊겼죠.”

지난 11일 오전 11시쯤 인천 중구 경동 웨딩가구거리. 거리에 있는 10여곳의 가구점은 대부분 문을 닫은 상태였다. 불이 켜진 한 가게 앞에는 '폐업 고별 정리'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이곳에서 2대째 가구점을 운영 중인 한모(53)씨는 “웨딩가구거리가 쇠락해 가는 이유는 도심이 침체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일대는 과거 주변에 있던 예식장을 중심으로 웨딩 관련 업종이 모이면서 자연스럽게 웨딩가구거리로 조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갈수록 도심이 쇠퇴하고 유동인구가 줄면서 웨딩가구거리를 찾는 손님들도 크게 줄었다고 한씨는 설명했다.

가구점들이 떠난 자리에는 할인마트와 식당, 카페 등이 들어서고 있는 상황이다.

인천 원도심 곳곳에 형성된 특화거리들이 특색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화거리는 과거 가구와 혼수, 향토 음식 등 특정 업종이 한데 모여 조성됐지만 상권·경기 침체와 산업 트렌드 변화, 재개발 사업 추진 등 영향으로 시민들에게 점차 잊히고 있다.

▲ 11일 인천 동구 전통혼수거리 일대가 한산하다.
▲ 지난 11일 인천 동구 전통혼수거리 일대가 한산하다.

이날 동인천역 북광장 인근 동구 전통혼수거리 역시 결혼 철이 무색하게 썰렁한 모습을 보였다.

이곳에서 약 30년간 한복점을 운영했다는 신모(77)씨는 “요즘은 맞춤 한복보다 대여가 많고, 결혼식이나 환갑, 칠순 잔치도 많지 않아 한복을 찾는 사람이 자연스레 줄었다”고 털어놨다.

향토 음식점이 밀집한 특화거리 또한 사정은 비슷하다.

1999년 특화거리로 지정된 미추홀구 용현동 물텀벙이거리에는 한때 13∼14개 아귀 음식점이 몰려 있었지만 지금은 3곳만 남아 있다.

12일 인천시가 운영하는 '인천데이터포털' 통계 자료를 보면 옹진군을 제외한 인천 9개 군·구는 지난해 8월 기준 총 26개의 음식 특화거리를 지정해 관리 중이다. 다만 가구와 혼수 등 업종의 경우 특정 지역에 모여 자연스레 형성된 특화거리·골목이라 지자체에서도 현황 등을 따로 파악하지 않고 있다.

소비자를 특화거리로 이끌기 위해서는 원도심 특성을 활용한 전략 마련과 함께 낙후된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특화거리에서 온라인과 다른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며 “예를 들어 가구거리에 쇼룸을 조성하는 등 온라인이나 다른 지역에서 경험할 수 없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무엇보다 청결하고 편리한 환경, 현대적 시설을 조성해 원도심이 가진 레트로한 매력과 적절히 섞는다면 소비자들 발길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글·사진 정혜리 기자 hy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