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연숙 작가 개인전 '하얀 소리' 수원시가족여성회관에서 16일까지

여성 독립 운동가 40인의 초상 소개
김향화·이화림 지사 초상화 등 전시
다양한 독립 활동 벌인 모습들 담아
▲ 지난달 27일 수원시가족여성회관 갤러리에서 개막한 양연숙 작가의 '하얀 소리' 전시 모습.

남성 중심 역사에서 지워지고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여성 독립 운동가들의 초상이 하얀 화폭 위에 담겼다.

양연숙 작가는 수원시가족여성회관 갤러리에서 두번째 개인전 '하얀 소리'를 열고 독립을 향해 뜨거운 투쟁을 이어간 여성독립운동가 40인의 초상을 소개한다.

2021년부터 '여성독립운동가 100인 초상화 그리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양 작가는 내 한 몸 바쳐 독립을 위한 투쟁을 했지만, 이념의 굴레에서 투쟁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여성 독립 운동가들을 화폭 위로 소환했다.

양 작가는 “어머니, 간호사, 선생님, 경찰, 노동자, 학생 등 독립 투쟁의 길을 걸었던 우리와 같은 평범한 여성들의 모습이지만, 이들이 대한민국에 '우리'를 남겼다”고 말했다.

그가 소환한 여성들의 면면은 평범한 듯 다채롭고 뜨겁다. 우선, 전시실에 들어서 가장 먼저 반기는 수원 기생 '김향화' 지사의 초상이다. 수원예기조합 기생 33명과 1919년 3월 29일 당시 자혜의원으로 사용되던 화성행궁의 봉수당에서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며 독립운동을 주도한 그의 행적은 2008년에서야 수원박물관의 연구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이들의 만세 운동은 전통 예능인인 기생들이 독자적으로 만세 운동을 벌인 최초의 사건이다.

▲ '이화림' 지사의 초상화.
▲ '이화림' 지사의 초상화.

최근 8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영화 '파묘'에서 김고은 배우가 연기한 주인공의 모델이 된 '이화림' 지사의 초상도 있다.

이봉창, 윤봉길 의사 거사에서 도움을 준 숨은 조력자로 유명한 이화림 지사는 일제강점기 조선의용대 여자복무단에서 부대장으로 활동한 독립운동가다.

평양에서 태어난 그는 1930년 상하이로 넘어가 독립운동가 김두봉을 만났고, 그의 소개로 만난 임시정부 주석 백범 김구 선생과 함께 한인애국단에 가담해 활동하기도 했다.

연천 출신의 최연소 독립운동가 '소은명' 지사는 1920년 3월 1일 언니 소은숙 지사와 배화학당 동료 학생들과 함께 3·1운동 1주년을 기념한 만세시위운동을 벌였다. 이후 만세시위를 빌미로 일본 경찰에 체포된 그는 보안법 위반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밖에도 3·1운동에서 소년결사대를 이끌고 독립만세를 외쳤던 최초의 여성 교육감 '최정숙' 지사, 임시정부 군자금 모금 활동으로 독립은 물론 경찰서장을 역임하며 전쟁고아와 청소년, 여성을 위해 힘쓴 '안맥결' 지사, 간우회를 조직해 의료인들과 3·1운동을 계획했던 단재 신채호 선생의 부인 '박자혜' 지사 등 다양한 독립활동을 벌인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전시는 오는 16일까지 진행되며,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수원시가족여성회관 갤러리에서 관람할 수 있다. 관람료는 무료다.

/글·사진 박지혜 기자 p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