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가 장애인 인권단체와 함께 도내 3800여개 투표소를 대상으로 접근성 차별 여부를 조사 중이라고 한다. 진작 서둘렀어야 할 일이다. 장애인 참정권을 고려하지 않은 투표소를 개선하라는 여론이 수십 년 째 이어지고 있고, 법으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장애인 참정권 행사를 보장하도록 규정한 것도 15년이 넘었다. 그러나 선거가 임박해서야 장애인단체 등이 문제를 제기하면 잠깐 이슈가 되었다가, 다음 선거 때 또 지적되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선거 때마다 투표소가 바뀌는 게 아니므로 국가와 지자체가 관심을 기울이면 개선 가능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경기도지제장애인협회가 2022년 대선 한 달 전에 실시한 1114개 투표소 실태조사에 따르면 1층이 아닌 곳에 설치된 투표소가 485개소인데, 그중 승강기가 없는 곳이 73곳이나 됐다고 한다. 휠체어 장애인 등의 투표를 위한 임시기표대가 없는 곳도 288개소였다. 청각장애인을 안내할 수어통역사가 배치되지 않은 곳은 무려 934개소에 달했다. 장애인들의 접근성을 진지하게 고민했다면 이번 총선에서는 당시 지적된 문제들이 상당 부분 해소되었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총선 투표소도 크게 개선되었으리라 기대하기 힘들다.

그나마 수원시는 지난 2017년 인권영향평가제도를 도입한 후 관련 전문가들로 팀을 꾸려 투표소의 접근로·장애물·경사로·승강기·화장실·점자표시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뒤 미흡한 곳을 고친 결과 지금까지 92곳의 접근성을 높였다고 한다. 이후 광명시와 고양시 정도가 비슷한 제도를 시행했을 뿐 나머지 시군은 별다른 대책 없이 선거를 치르고 있다. 예산과 인력이 없어서라기보다 개선 의지가 없어서라고 하는 게 정확한 표현이 아닐까 싶다.

선거는 권력을 나누는 축제가 아니라 그동안 성취를 결산하고 새로운 다짐을 하는 축제여야 한다. 어떤 시민도 투표소 때문에 참정권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아직 한 달여 남았다. 힘닿는 데까지 서둘러 보완하는 한편 어떤 식으로든 장애인 참정권을 최대한 보장할 방안을 강구하기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