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천 이매자 지음, 문학세계사 328쪽, 1만6800원

한국전쟁 전후 만연하던 가부장제 사회 속에서 여성이 겪었던 삶. 사회적 변화 속에 그들이 부딪혀야 했던 갈등 그리고 성장.

그 시대 여성들의 수난 이야기를 소설로 그려낸 재미 소설가 이매자의 장편소설 <하늘의 음성>(The Voices of Heaven)이 미국에서 출간된지 11년만에 <음천>이라는 제목의 한국어판으로 나왔다.

소설은 가부장적 전통과 전쟁 속에서 여성들이 사회참여와 권리의식에 눈뜨는 과정을 어린 소녀의 눈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

입양한 딸 미나를 키우고 있는 음천과 귀용은 아들을 낳아 대를 이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린다. 결국 귀용이 아들을 낳기 위해 첩으로 수양을 들이게 되면서 행복했던 가정에 균열이 생기게 된다.

작가는 음천, 귀용, 미나, 수양 등 다양한 인물들의 시점에서 서술되는 이야기를 통해 질투, 미움 등의 감정을 섬세히 표현해낸다. 특히 남아선호 사상의 불합리함과 여성으로 겪는 억압과 심리적 피해를 심도 있게 다루며 한국전쟁이 여성에게 미친 영향을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한다.

작품에는 쌍둥이로 태어나 입양되고 어린 나이에 한국전쟁을 겪었던 작가의 실제 이야기가 깔려있다.

출판사인 문학세계사는 “<음천>은 현대인에게도 깊은 공감을 제공하며 독자가 자신의 삶과 관계에 대해 성찰하게 만든다”며 “근대여성 억압사, 한국전쟁 시기의 서민생활사, 해외이주민 문학에 관심 있는 독자뿐만 아니라, 자녀의 성공을 위해 대리 헌신하는 어머니, 입양 가족, 여성의 심린 전개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줄 것”이라고 전했다.

/곽안나 기자 lucete237@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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