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부터 임대 거주
계약 만료에도 '못 나가' 버텨
명도 소송 최소 6개월 소요
건물 11개 동 훼손 가능성 커
경기도가 근대문화유산 등록을 추진 중인 '선감학원 옛터'의 원형 보존이 사실상 어려운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터에서 이전부터 도와 안산시가 임대 계약을 맺어 온 사람들이 여전히 거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5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도는 올해 12월까지 '선감학원 옛터 보존·관리 및 활용계획 수립' 연구용역을 추진한다. 용역은 선감학원 옛터가 있는 안산시 단원구 선감동 460-1 일원(8만500㎡)과 건물 11개 동(2000㎡)의 현황을 조사하고 보존·관리 방안을 마련하는 게 골자다. 도는 이와 함께 선감학원 옛터를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될 수 있도록 하고 역사문화 공간으로도 조성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선감학원 옛터 건물 11개 동엔 9세대가 거주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9세대 중 2세대는 짐만 적치하고 있고 7세대는 실제 살고 있다. 이들은 이 건물들을 관리하는 경기도·안산시와 지난 1990년부터 차례대로 임대 계약을 맺고 살아온 거주자들이다. 도와 시는 2021년 이들과 계약을 만료한 뒤 더 계약을 맺지 않았지만, 이들 대부분이 나갈 수 없다며 반발하는 상황이다.
건물들은 이미 노후화된 데다 이들이 거주하면서 증·개축해 원형 보존이 어려운 상태다. 도가 2020년 11월부터 2021년 9월까지 정밀안전진단도 했는데 A~E등급 중 D등급을 받았다. D등급은 주로 시설의 주요부재가 결함이 있거나 손상된 경우 판정된다.
그나마 도와 시는 지난해 8월 짐을 적치하고 있는 2세대 대상으로 명도 소송을 걸어 지난달 승소 판결을 받았다. 다만 이들은 아직 짐을 빼지 않고 있다. 나머지 7세대는 나갈 수 없다며 극심하게 반발하고 있어 도와 시가 추가로 명도 소송을 걸어야 한다. 명도 소송을 한다면 판결이 나기까지 최소 6개월 이상 걸려 그만큼 건물들의 훼손 가능성은 클 수밖에 없다.
김영배 선감학원아동피해대책협의회 회장은 “경기도와 안산시가 애초에 선감학원 건물에 사람들을 살게 한 것이 잘못”이라며 “도가 사태를 해결하겠다며 목표를 설정했으면 신속히 추진돼야 하는데, 아직 민간인들이 살고 있어 더딘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들에게 옛터를 돌려주려거든 빠르게 행정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말했다.
도 관계자는 “아직 짐을 빼지 않은 세대엔 강제집행을 해서 하려 한다”며 “안산시와 협의해서 지금도 거주 중인 사람들도 명도 소송을 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체적으로 정리되기까진 언제라고 장담할 순 없는데 현재 터 보존 관련 용역엔 영향이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인규 기자 choiinkou@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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