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기도 내 임금체불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에 따르면 관내(수원·용인·화성지역) 체불액은 2022년 기준 750억원에서 2023년 928억원으로 전년보다 24%나 급증했다. 기회 있을 때마다 정부가 '상습체불 근절대책'을 내놓고 대국민 담화문도 발표했지만 전혀 효과가 없었던 것이다.

고질병 임금체불이 증가하는 이유는 지속된 경기침체가 가장 큰 원인이다. 주택시장 침체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공사비 증가, 부동산 PF 부실 우려 영향과 체불사업주 범법행위 인식 결여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탓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이유는 사업주들이 임금을 떼먹고도 처벌을 피할 수 있는 법제도의 허점이다. 거기에 관계기관의 부실한 조사도 한몫하고 있다. 이러한 법제도의 미비, 부실한 조사 정부의 약한 처벌의지가 혁파되지 않는 한 임금체불 해결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체불임금 문제가 근절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정부와 수사기관은 올해 초 강력한 근절·단속 의지를 보인 바 있다. 고의·상습 임금체불에 대해 특별근로감독 실시를 원칙으로 하는 등 엄정 대응 계획이 주된 내용이다. 그러나 임금체불로 고통받고 있는 근로자들을 구제하는데 미흡하다는 게 노동계 목소리다.

체불 악질 사업주 형사처벌 조항은 있지만 현행 노동 행정 체계상 작동이 어렵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근로감독관은 체불임금 신고를 조사하고, 법을 어긴 사업주를 검찰에 송치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보다 피해 노동자에게 사업주와의 합의를 종용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또 기소 의견으로 넘어가도 검찰에서 체불액 일부 받았다고 하면 종결하는 악순환이 거듭, 실제 제불 근로자만 금전적 피해를 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임금으로 생계를 꾸려가야 하는 근로자의 사정을 고려하면 분노까지 치민다.

임금체불의 악폐를 청산하려면 체불임금 사업주 처벌을 무겁게 해야 한다. 근로자 합의 시 사업주 처벌을 면해주는 '반의사 불벌' 조항 폐지도 그중 하나다. 아울러 임금채권 소멸시효를 연장하는 제도 정비가 이뤄져야 한다. 아무리 좋은 법도 정확한 조사를 통한 적용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백약이 무효임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