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래 경기본사 사회부장<br>
▲ 김영래 경기본사 사회부장

“왜 범인보다 한 발짝 더 빠르지 못합니까.”

나쁜 놈을 때려잡는 스토리 영화 '강철중'. 이 영화에서 주인공 검사 강철중의 선배가 검사장에게 이런 말을 듣는다. 왜 범죄자보다 빠르지 못하냐는 꾸지람이었다. 그래도 영화의 결론에선 나쁜 놈은 법의 심판을 받게 되며 행복한 결말로 끝이 난다.

그러나 현실에선….

요즘 벌어지고 있는 사건, 특히 형사사건을 접하다 보면, 법을 집행하는 사법 정의의 칼이 너무 무딘 것 아니냐는 느낌을 받는다. '죄가 되는데 왜?', '저걸 저렇게 끌고 있을까.', '사건을 이해하지 못했나?', '아니면 일이 많나?'

다양한 분야에서 취재하는 사회부 기자의 경험상 이해할 수 없는 사건처리를 종종 접한다. 속도는 그렇다 치고, 죄가 드러남에도 장기화하는 사건처리, 그로 인한 소송전으로 확전돼 결국 '유전무죄 무전유죄'화 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피해자가 피해를 떠안는 사례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곤 한다. 화가 치밀 정도다.

법학을 전공한 것은 아니지만 나름 사회부 기자 일명 '짬밥'으로 판단하기엔 분명 현행법으로 처벌이 가능 사건인데, 조사과정에서 무혐의 처분되거나 증거불충분으로 사건이 종결되는 사례를 접하고 있다. 검찰이 재수사를 지시한 사건 대다수가 그런 유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최근 기자가 취재해 보도한 사건 중 기억에 남는 사건은 공사비를 부풀려 신탁 처리한 뒤 공매를 통해 건물 소유권을 취득한 사건이 떠오른다. 이 사건은 수원남부경찰서에서 10개월 가량 수사했다. 그러나 결과는 증거불충분으로 종결 처분됐다. 사건의 전말을 취재한 기자가 볼 땐 분명 유죄사건이었다.

이 사건은 현재 재수사가 진행 중이다. 검찰의 재수사 지휘로 수사가 다시 진행되고 있지만, 장기화하고 있고, 이해할 수도 없다. 공사비가 부풀려 신탁 처리된 경위만 파악하더라도 유무죄 여부가 드러날 사건인데, 1년 넘게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이 사건의 전말을 들여다보면 그리 복잡하지 않은 사건이다. 경찰 수사 결과가 어떻게 마무리될지 누군가는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될 것이다.

또 최근 제보를 받은 사건인데, 이 사건에서도 사법당국보다 나쁜 놈이 더 빠르다는 것을 느꼈다. 주식 관련 사건인 일명 '리딩방사기사건'이다. 이 사건을 접한 후 내가 느끼는 사법당국의 신뢰도가 또 한 번 추락했다.

50대 가정주부는 주식 고수익보장 등의 꼬임에 빠져, 4000만 원가량의 피해를 봤다. 누굴 원망할 것인가. 본인 잘못인데…. 그런데 피해 최소화를 할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투자금을 계좌로 송금한 뒤 사기라는 것을 느낀 이 주부는 경찰에 신고했다. 금융감독원에도 신고했다. 계좌라도 동결(지급정지 조치)할 생각으로. 영화에선 그렇게 신고해서 피해액을 돌려받지 않는가. 또 인터넷 IP를 추적해 범인들의 범행 장소를 습격해 일망타진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계좌조차 동결하지 못하는 게 대한민국 현실이다. 그 사이 범죄자들은 돈을 빼 달아나고 잘 먹고 잘 산다.

일선 경찰들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그러면서 인력이 크게 부족하다고 항변한다. 인력부족에 앞서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닐까. 결국 복잡한 사건일수록 경찰관의 경험에 따라 유무죄가 결정된다. 경험이 부족한 경찰일수록 사건이 장기화되고 쌓이게 되는 것은 아닐까.

특히 형사사건보다는 수사 관련 형사사건의 장기화 현상은 심각하다. 한 사건이 처리될 때까지 수개월 아니 1년 넘게 걸리는 이유 아닐까. 결국 피해는 피해자의 몫이다.

갈수록 흉악해지고 지능화된 범죄. 잡히지 않는다는 희망(?) 때문에 늘어나는 건 아닐까.

범죄 피해 최소화를 위해 사법당국의 전문성은 높아져야 한다. 피해 최소화를 시키는 게 존재 이유가 되어야 할 것이다.

/김영래 경기본사 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