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잔재청산, 수원시 골머리]

일제 침략 미화 앞장 인물 평가
독립운동가 임면수 선생 동상도
시청 인근 공원에 나란히 놓여

'고향의 봄' 배경도 수원이 아닌
작사가 고향 창원과 연관있어

시 “일방적인 철거 어렵다
기념사업회 동의 있어야 가능”
▲ 고향의봄 노래비가 수원시청 내 설치돼 있다.
▲ 고향의봄 노래비가 수원시청 내 설치돼 있다.

수원시가 해마다 일제잔재 청산 문제를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친일부역행위로 친일인명사전에 오른 작곡가, 홍난파의 노래비와 동상 등 조형물 철거를 놓고 매년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수원시의 기념비적 인물로 내세웠던 홍난파의 '고향의 봄' 노래가 정작 수원시와 직간접적 연관 관계가 없는 것으로 밝혀져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홍난파는 일제의 침략전쟁과 전쟁동원을 미화하는 다수의 친일 음악을 작곡∙연주해 '음악 보국'에 앞장 서 온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 홍난파 동상이 올림픽공원에 세워져 있다.
▲ 홍난파 동상이 올림픽공원에 세워져 있다.

28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수원시청 청사 정문과 팔달산 등산로(1968년 건립)에 홍난파의 대표곡인 '고향의 봄' 노래비가 세워져 있다. '고향의 봄'은 1926년 4월 '어린이' 잡지에 실린 이원수 작사의 곡으로 한국적 정서가 포근하게 담긴 노래로 많은 이들의 입에서 불려졌다.

'고향의 봄'이 노래비로 세워진 배경에 쓰인 가삿말이 수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 근대음악에 업적을 남겼다고 평가받는 홍난파 고향이 수원이라는 점을 들어 고향의 봄 노래비가 설치됐다. 그러나 이는 역사적 사실과는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고향의 봄'에서 배경이 된 지역은 수원이 아닌 이원수 작사가의 고향인 경남 창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되기 이전까지 수원의 기념비적 인물로 추대돼 왔던 홍난파의 고향이 서울 홍파동이라는 조사 결과를 내면서 '고향의 봄'과 수원시가 직간접적 연관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실장은 “이원수 문학관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고향의 봄 배경은 이원수 작사가의 고향인 경남 창원이라는 점을 명백히 하고 있다”며 “수원시가 세운 고향의 봄 노래비는 수원시와 어느 것과도 연관 관계가 없고 일제 잔재로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시는 홍난파 동상과 노래비 등 일제 잔재 철거를 놓고 진퇴양난에 빠졌다.

▲ 임면수 동상이 올림픽공원에 세워져 있다.
▲ 임면수 동상이 올림픽공원에 세워져 있다.

수원시청을 마주하고 위치한 근린공원(88공원 또는 올림픽공원)에는 독립운동가인 임면수 선생의 동상과 친일 부역자인 홍난파의 동상이 한데 놓여 있는 아이러니한 광경이 펼쳐진다.

시는 해마다 철거와 유지 보존 사이에서 논란이 일고 있지만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설명이다.

수원시 관계자는 “해당 조형물이나 동상 또는 노래비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논의가 이어오고 있다”며 “논란이 있다고 해도 일방적으로 철거를 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홍난파 동상의 경우 기념사업회가 설치하게 되면서 철거 과정에는 기념사업회의 동의가 필요하다”며 “오로지 철거에 대한 권한은 기념사업회가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시에서도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