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근식 한양대 특임교수
▲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달 21~23일 동해에서 진행된 핵 무인 수중공격정 수중폭발 시험과 전략 순항미사일 핵탄두 모의 공중폭발 시험에 참관했다. 28일에는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SLCM) 불화살-3-31형 시험발사를 참관하고 핵잠수함 건조를 현장 지도했다. 또한 이달 2일에는 서해 남포조선소를 방문해 “나라의 해상주권을 굳건히 보위하고 전쟁 준비를 다그치는데 해군 무력 강화가 제일 중차대한 문제”라고 강조하며 해군의 핵무장을 독려했는데, 이는 지난해 9월 전술핵 공격잠수함 김군옥함 진수식에서 기존의 디젤 잠수함을 개조해 전술핵을 탑재하고, 핵동력(추진) 잠수함도 건조할 것을 지시한 데 대한 현장확인으로 해석된다. 이렇듯 김정은이 새해 벽두부터 해군의 핵 무장화를 서두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정은은 2021년 8차 당 대회에서 핵 선제 및 보복 타격 능력의 고도화와 핵동력(추진)잠수함건조 그리고 수중발사 핵전략무기 개발을 강력히 주문했다. 핵 선제 및 보복 타격 능력 고도화의 하나로 2023년에는 사거리 1만5000km에 달하는 화성-18형 ICBM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이 미사일은 한미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온통 눈으로 뒤덮인 논밭 근처 도로에서 이동식 발사대로 발사했지만, 지상 발사 미사일 플랫폼은 여전히 노출에 취약하다. 그렇기에 핵추진잠수함과 수중발사 핵전략무기를 조기 개발하여 지상 발사 플랫폼을 수중에 감추겠다는 것이다. 핵추진잠수함에 SLBM/SLCM을 탑재해 한국은 물론 미국과 일본 본토를 겨냥하고, 핵어뢰를 개발해 미 항모전단과 각국의 주요 항구를 공격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북한 해군의 수상 전투함정은 740여 척, 잠수함은 76척으로 우리 해군의 수상 전투함정 140여 척과 잠수함 21척에 비해 수적으로 우세하다. 그동안 우리는 수적 열세를 월등한 성능으로 극복하겠다는 전략으로 대응했지만, 그들이 핵추진잠수함에 SLBM과 SLCM을 싣고 핵어뢰까지 개발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북한 해군의 막강한 SLBM과 SLCM에 대한 우리의 대응책은 무엇일까? 그 답은 먼저 보고, 먼저 쏘는 것이다. 먼저 본다고 함은 월등한 한미 연합정찰자산을 활용해 핵 탑재 잠수함을 면밀히 감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미국과 러시아처럼 핵탑재 잠수함이 항구를 떠나는 시점부터 은밀히 추적, 감시해야 하고, 전시에는 항구를 봉쇄하거나 수중에서 격침해야 한다. 동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은밀성과 기동성이 출중한 핵추진잠수함을 확보해야 하며, 확보 전까지는 한미 연합작전으로 추적, 감시해야 한다. 그리고 핵어뢰에 대해서는 원천 봉쇄전략을 적용해야 한다. 우리 수상 전투함에 강력한 함대지 탄도미사일을 탑재해 핵어뢰를 발진시키는 주요 항구나 기지를 직접 공격해야 한다. 탄도미사일은 우리가 북한보다 6년 먼저 개발했다. 한국의 ADD는 1978년 사거리 200km 단거리 탄도미사일개발에 성공했고, 북한은 1984년 스커드-B(화성-5호) 탄도미사일 개발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한미 미사일 지침이 해제된 지금 우리의 우수한 미사일 개발 능력으로 함정에서 적 항구나 기지를 정밀 타격할 수 있는 강력한 함대지 탄도미사일을 개발해야 한다.

<2022 국방백서>에 따르면 2000년대 들어 북한의 국지도발은 총 464회였으며, 이 중 84%인 389회는 해상을 통한 도발이었다. 지난날의 도발은 재래식 무기였지만 핵어뢰 등으로 은밀하게 기습도발을 하는 순간 도발 원점도 찾지 못하고 당할 수 있다. 북한이 해군의 핵 무장화를 서두르는 지금 우리도 하루빨리 머리를 싸매고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