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순 여로헤어샵 원장]

40년 경력 베테랑 솜씨 미용사 원장
좋아하는 일 하고 싶어 가수에 도전

안성 가요제 참가 후 '이하나'로 데뷔
헤어샵이 무대…관객은 단골 손님
▲ 지역 행사에 가수 이하나로 초청받은 이한순 원장이 무대에 올라 자신의 타이틀 곡인 '석양빛 사랑'을 열창하고 있다. /사진제공=본인

40년 경력의 베테랑 솜씨를 자랑하는 이한순(68) 원장. 그에겐 또 다른 이름이 있다. 가수 '이하나'.

안성에서 여로헤어샵을 운영하는 이 원장은 미용사와 가수라는 두 가지 직업을 병행하며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가 가수로 데뷔한 것은 2016년이다. 제15회 전국안성가요제에 참가하면서 시민에게 이름을 널리 알렸다.

이 원장은 1집 앨범인 '석양빛 사랑'에 트로트 장르의 곡들을 담았다.

타이틀 곡인 석양빛 사랑은 떠나간 인연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녹여낸 곡이다.

이 원장은 매일 무대에 선다. 그의 헤어샵이 마을 사랑방 역할을 하며 작은 무대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관객은 단골손님이다.

그는 미용실에서 틈틈이 시간이 날 때마다 연습하고 있다. 미용실에는 노래할 수 있는 마이크와 음향 장비를 갖췄다.

이 원장이 타이틀 곡인 석양빛 사랑을 부르자 미용실 손님들도 박자를 맞추며 무대를 즐긴다. 가늘지만 힘 있는 목소리를 가진 그녀의 음색과 신나는 반주가 만나 흥을 돋우니 미용실 안은 그야말로 콘서트장이 따로 없다.

이 원장은 관객이 즉흥으로 요청한 노래에도 당황하거나 긴장한 기색 하나 없이 완벽한 무대를 보여준다.

“꾸준히 연습해놓지 않으면 무대에 섰을 때 실수하게 되더라고요. 실수를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꾸준히 연습할 수밖에 없어요.”

이 원장이 늦깎이 가수로 데뷔하게 된 것은 어려서부터 '좋아하는 일'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다.

“노래가 너무 좋았어요. 일곱 살 때 아버지가 축음기를 사주셨는데, 그 축음기로 매일 노래를 틀어놓고 따라 부르며 춤추면서 놀았어요. 그때부터 가수의 꿈을 갖게 된 것 같아요.”

이 원장이 끼와 재능을 뽐낼 때마다 주위 어른들에게 칭찬과 예쁨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지역 축제나 대회가 있으면 빠지지 않고 다녔을 정도로 노래가 좋았던 아이였다.

그는 20대 때 처음 미용을 배워 지금까지 미용사로 일하고 있다.

“결혼해서 아이들을 낳아 키우다 보니 돈을 벌려면 미용 일도 해야겠더라고요. 그렇게 40여 년 동안 미용사 일만 해오다가 가수라는 꿈에 도전할 수 있는 때가 지금밖에 없을 것 같아 앨범을 발매하게 됐습니다.”

이 원장은 인생 선배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이 원장은 “진로에 대한 갈림길에 서 있을 때 잘하는 일을 할 것인가, 좋아하는 일을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취준생이 많다”며 “그러나 꼭 하나만 선택해야 할 이유는 없다. 잘하는 일과 좋아하는 일 모두 병행할 수 있는 기회가 꼭 주어지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가수 '이하나'로 이름을 널리 알린 이한순 원장. 그는 오늘도 작은 무대에 올라 손님과 함께 호흡하며 열정을 쏟아내고 있다.

/안성=이명종 기자 lmj@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