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수십번 연예인 팬 출현
플래시 세례·비명·달리기 등 혼란
시민 불편…항공권 취소도 빈번
공항 “보안요원 외 제재방법 없다”
▲ 한 아이돌이 김포국제공항에 들어서자 플래시 세례가 터지고 있다. /출처=온라인 라이브 영상 갈무리

23일 김포국제공항 입국장 앞, 평소 때라면 한산 했을 장내가 소란스럽다.

대포 카메라와 사다리를 짊어진 여성들이 공항 곳곳을 누비고 있다. 입국장 일대가 분주해졌다.

보안요원들의 급박한 무전 소리에 포토라인으로 하나, 둘 모여들더니 금세 북새통을 이뤘다. 얼마 전 일본에서 공연을 마치고 귀국한다는 한 K-POP스타를 맞이하기 위한 움직임이었다.

때마침 등장한 K-POP스타.

총구를 겨누 듯 대기하고 있던 카메라의 플래시 세례가 일제히 터지고 급기야 질서정연하게 있던 포토라인이 무너졌다. 여기저기 터져나오는 비명소리, 촌각을 다투는 현장에서 때아닌 레이스가 펼쳐진다.

인파 속에 발이 걸려 넘어지길 수차례, 아이돌이 이동차량에 탑승하고 저 멀리 보이지 않는 곳까지 사라진 뒤에야 소동은 끝이난다.

▲ 한 아이돌의 극성팬이 공항 내 항공검색대 안으로 진출해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김포국제공항이 극성 아이돌 팬덤으로 혼잡을 빚고 있다. 무질서한 팬덤으로 시민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잦은 출장으로 공항 이용을 자주한다는 이(29)모씨는 “어쩌다 연예인들이 이용하는 날짜와 일정이 겹치는 날이라면 안 그래도 혼잡한 공항이 더 소란해진다. 캐리어와 같은 부피가 큰 짐을 가지고 다니는 경우가 많은데 인파에 밀려 넘어지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공항 내 청소업무를 맡고 있는 김모(52)씨는 “포토라인이 쳐지는 순간은 대부분 업무를 중단하고 있다. 청소 카트를 끌고 작업을 하게되면 이용객들이 카트에 걸려 넘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아이돌의 출입국 정보를 SNS를 통해 사고파는 행위 또한 성행을 이루고 있다. 아이돌의 인기에 따라 적게는 1만원부터 3만원까지 공항 스케줄 판매 행위가 온라인상에 만연하고 있다.

법무법인 지평 허종 변호사는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라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열람하거나 사고판 경우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 SNS에서 공항정보를 파는 게시글이 올라 와 있다./사진제공=SNS갈무리

아이돌과 같은 편의 항공권을 구매했다 취소하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실제 이륙직전 “내려달라”요청하는 자발적 하기 사례는 지난 5년간(국토교통부 2023년 8월기준) 2295건으로 집계됐다.

빗나간 팬덤 문화에 공항 내 질서가 무너지고 있지만 속수무책이라는게 공항 측 입장이다.

공항관계자는 “하루에도 수십번 연예인의 팬들이 출현한다. 인기도에 따라 인원은 다르지만 많을 때는 1000명 이상이 몰릴 때가 있다. 출입국 스케줄에 따라 10여명의 보안요원을 배치해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 외에 특별히 제재할 방법은 없다”고 설명했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