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여 전부터 '달동네' 시리즈 작업
어린시절 아련한 추억의 정취 담아
“남들과 다른 작품 위해 활동 할 것”
▲ 지난 15일 화성 남양읍 창문아트센터에서 김채웅 작가가 '달동네' 시리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가난했지만 정과 꿈이 있고 낭만이 있던 어린 시절.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그리운 그 시절이 캔버스 속 액자를 뚫고 금세라도 현재로 넘어올 듯 하늘을 누빈다. 최근 서울 인사동에서 여섯 번째 개인전을 성황리에 마친 김채웅 작가는 6년여 전부터 '달동네' 시리즈를 작업 중이다. 현재 남아있는 달동네를 배경으로 1970~80년대 작가의 어린 시절 추억이 담긴 요소들이 한 프레임 안에 어우러지며 아련한 정취를 느끼게 하는 작품들이다.

김 작가는 “맨 처음엔 하이퍼리얼리즘(극사실주의) 계열의 그림을 그렸는데 자꾸 나이가 먹어가다 보니 어린 시절 추억이 생각나더라”라며 “'달동네' 이전에 '인생의 쓴맛' 시리즈도 그렇고, 어느 순간부터 모두가 어려웠던 그 시절이나 서민들이 술 한 잔 먹고 울분을 토하는 그런 모습들을 그리게 됐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달동네' 속엔 이제는 느낄 수 없는, 하지만 누군가에겐 난로처럼 마음을 따스히 녹여줄 정서가 물씬 묻어난다. 잠금장치가 달린 다이얼 전화기, 못난이 3형제 인형, 고무줄 놀이를 하는 아이들, 연탄난로, 고무신, 빨래터 어머니들 등. 작가 개인의 추억의 순간들이지만, 그 시절을 산 이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고 돌아볼 순간들이다.

김 작가는 “배경의 달동네는 서울, 인천 등에 현재 남아있는 달동네로, 우리 생활상이 담긴 곳들을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어와 배경에 담고 있다”며 “그림 하나에 과거와 현재가 함께 공존하는 셈이다”라고 설명했다.

작품의 독특한 점 중 또 하나는 액자다. 액자를 끼워놓은 듯한 작품들은 자세히 살펴보면 모두 작가가 프레임을 직접 그려 넣었다. 작품 속 요소들은 작가가 그려 넣은 프레임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김 작가는 “액자 값을 줄이기 위해 시도했던 건데 반응이 좋아 계속 그려 넣게 됐다”며 겸연쩍게 웃어 보였다.

이어 “추억은 좋은 추억이든 나쁜 추억이든 모두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추억으로 다시 갈 순 없으니 액자 바깥으로 끄집어내보자 생각하게 된 것”이라며 “직접 그린 액자를 벗어나 존재하는 요소들은 틀을 벗어나고 싶은 욕망을 담는 의미도 갖는다”고 강조했다.

'달동네' 시리즈에 앞서 술잔 속 소나무를 담아 서민들의 애환을 담은 '인생의 쓴맛', 직접 농사를 지은 경험을 담은 '농부의 꿈' 등의 시리즈를 선보였던 김 작가는 평범하지만 소중한 일상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다. 그러나 한 곳에 머무르지 않는다. 계속해서 새로운 소재를 연구하고, 일상에서의 영감을 메모하며 변화를 시도한다.

김 작가는 “작품은 계속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 남들과 다른 작품, 많은 작품을 하기 위해 계속해서 열심히 활동할 것”이라며 “아직까진 서울에서만큼 큰 호응을 받기 어려운데, 경기도에서도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1970~80년대 어린 시절의 향수를 느끼게 하는 김채웅 작가의 '달동네' 시리즈는 그의 작업실인 화성 남양읍에 위치한 창문아트센터에서 3월20일까지 전시를 이어간다.

/박지혜 기자 p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