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20일자 인천일보 지면에 '대북송금' 건으로 경찰의 수사를 받은 북한이탈주민(탈북민) 사례 2건이 기사화되었다. 이들은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에 더해 간첩 혐의까지 받았다고 한다. 탈북민 가운데 간첩이 없으란 법이 없는 만큼 수사 자체가 문제는 아닐 수 있다. 그러나 경찰이 '아니면 말고' 식으로 투망수사를 벌이는 일은 절대 용납될 수 없다.

수사 대상자들은 북한에 남은 가족들에게 직접 돈을 보냈거나, 다른 탈북민들의 부탁을 받고 '송금 브로커' 역할을 해온 사람들이다. 1990년대부터 남한에 들어온 탈북민의 숫자가 3만4000명에 이르고, 이들 가운데 3분의 2가 북한 가족들에게 송금한 경험이 있다. (BBC코리아 1월29일자 북한 송금 브로커 관련 기사) 한국 정부는 그동안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대북송금을 눈감아 주었다.

은행을 통한 정식 송금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탈북민들은 이른바 '환치기 수법'을 통해 북한으로 돈을 보낼 수밖에 없다. 한국의 정보·수사 당국도 이를 잘 알고 있다.

1년에 100~200만원만 보내도 북한 가족들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송금은 가족 간 안부를 확인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그런데 대공수사권이 국가정보원에서 경찰로 넘어오는 시점쯤 해서 '송금 브로커'를 중심으로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혐의를 인정하면 검사에 말을 잘해주겠다' 등 회유했다”, “하도 억울해 증거를 대라고 하면 우리가 왜 증거를 대느냐고 적반하장으로 나왔다” 수사를 받는 탈북민들이 수사과정에서 경찰로부터 들었다는 말이다. 경찰은 이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어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사실이라면 매우 중대한 인권침해다. 유우성 씨처럼 탈북민이 억울하게 간첩으로 몰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탈북민들이 40~50%를 수수료로 지불하면서도 송금을 하는 것은 상당수가 '경제난민'으로서 북을 떠나왔기 때문이다. 조직적 간첩행위에 연루되었다는 분명한 단서나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는 한, 벌금형으로 끝날 외국환거래법 위반 수사에 매달려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