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규 바버숍 대표]
가족과 시간 보내려 자격증 취득
개업 이후 청년·청소년층 주고객
“살아가는 이야기 나누면서 격려”
“가평, 젊은층 정착 인프라 아쉬워”
▲ 이민규 대표가 바버숍을 열게 된 배경과 단골 손님이 주로 청년과 청소년층인 것을 설명하고 있다.

이발소 위치가 접근성 떨어지는 아파트 단지 내. 영업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 점심 1시간을 빼면 하루 영업시간이 고작 6시간.

기자는 '대체 가게를 어떻게 운영하는지'하는 의문을 갖고 바버숍으로 향했다. 역시나 숍 위치를 찾기도 쉽지 않았다. 가평읍 가화로 223 상가동 1층 주소대로 찾아가니 파란채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막혔다.

이민규 대표와 통화한 후 어렵게 찾았다.

그의 첫인상은 바버숍 이미지를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깃을 세운 검은색 상의에 청바지, 갈색 구두 등으로 멋을 낸 신사였다. 서른하나 말끔한 청년이었다.

이 대표는 약속한 인터뷰 시간에는 손님을 받지 않고 휴게시간으로 비워두는 배려까지 했다.

기자는 모두가 궁금했다. 장소와 운영시간, 매출 등등 연방 질문을 던졌다.

이 대표는 청년이어서 초기자본이 부족했고, 그렇지만 실력으로 인정받겠다는 생각을 가졌다고 거침없이 받아쳤다.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이 대표는 군대에서 이용 기술을 습득했다. 자격증 없이 한 일이라 서툴렀다고 회상했다. 제대 후에는 반듯한 직장에서 근무했다. 그러던 중 6살 연상의 '교회 누나'를 만나 결혼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교회 누나'는 이 대표 형님과 동창이었다.

“아이를 낳고 아내의 스트레스가 심했습니다. 육아와 직장, 살림 등 누구나 겪는 일이지만, 그 수고를 덜어주면 가정이 평화롭겠다 생각했습니다.”

이 대표는 그 길로 회사를 그만두고 이용 자격증을 땄다. 그렇게 바버숍을 차렸다. 커트와 염색 두 가지만 한다. 어르신과 청소년, 군인은 할인해 준다.

숍 내부 인테리어 공사는 아버지가 도움을 줬다.

이 대표 아버지는 칠순이 된 지금도 타일공으로, 한평생을 사셨다. 성실한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그의 일상은 한결같다. 아침에 부인이 출근하면 집안 살림과의 전쟁을 치른다. 쌓인 설거지, 물걸레 청소, 빨래 등을 마치면 10시30분쯤 된다. 그래서 숍 운영시간을 11시로 정했다. 숍에서 가까이 근무하는 부인과 점심을 하기 위해 1시간 휴게시간도 빼뒀다. 부인이 퇴근하면 집안 살림은 손댈 게 없다. 그렇게 숍을 연 이후 3년 가까이 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

기자는 이 대표의 일상을 듣고는 그제야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 대표는 “아버지처럼 기술을 갖고 있으면 평생 먹고살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흔히 말하는 손재주도 아버님으로부터 물려받은 듯합니다. 나머지 시간은 모두 가족을 위해 할애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바버숍을 한 번 찾은 손님은 단골이 될 정도로 그의 기술을 인정하는 손님이 많다. 차로 30분 넘게 걸리는 현리나 청평에서도 숍을 찾을 정도다.

그에게 더는 물을 게 없었다. 화제를 바꿨다.

숍 한쪽을 메운 다양한 과실수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취미로 올리브, 구아바, 감귤류 등을 재배하고 있었다.

그는 “구아바는 특별한 재배 기술이 없어도 잘 자랍니다. 가지를 잘라 심기만 하면 쑥쑥 크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손님에게도 분양하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못다 한 작은 바람을 내비쳤다.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 어르신들을 찾아 무료 쿠폰을 나눠주며 재능 기부를 했다. 재능 기부로 얻은 게 더 많았다. 아이들이 성장할 때까지 잠시 미뤄둔 것이다.

이 대표는 “손님은 주로 청년과 청소년층입니다. 서로 학업이며 취업 등 살아가는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인생을 다독이고, 격려해주곤 합니다. 한 마디로 인생을 다듬습니다”고 말했다.

이어 “가평이 고향이라서가 아니라 살기에 정말 좋습니다. 다만 청년들이 정착하기에는 여러 부족한 점이 있습니다. 소아청소년과 전문병원을 가려면 남양주나 춘천으로 가야 하죠. 주거, 문화, 육아 등의 인프라 부족은 청년이 가평을 오는 데 주저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고 덧붙였다.

/가평=글·사진 정재석 기자 fugoo@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