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병 시사평론가
▲ 박상병 시사평론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이른바 '조국 신당'이 출현할 기세다. 조 전 장관은 자녀 입시 비리공모와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 8일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은 징역 2년 실형을 선고받았다. 직후 조 전 장관은 “여기서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길을 걸어가겠다”며 “조만간 (출마 관련)공식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닷새 뒤인 13일 조 전 장관은 고향 부산을 찾아서 신당 창당을 공식화했다. 마치 엄청난 정치적 탄압이라도 받은 듯이 기세등등한 모양새다.

조국 전 장관은 자녀 입시 비리 등과 관련해 업무방해와 청탁금지법 위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어느 것 하나 죄질이 좋지 않은 것이 없다. 재판부도 “범행을 인정하거나 잘못을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 법률 용어로 '업무방해'라지만 내용을 보면 명색이 교수 부부가 저질렀다고는 믿기 어려운 부끄러운 모습이 적지 않다. 상식 밖이요, 국민 눈높이에도 턱없이 부족했다. 사건 당시 우리 청년들의 분노와 좌절감이 얼마나 컸는지를 아직도 모르고 있는 것일까. 게다가 탄핵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을 배신하고 정권교체 5년 만에 정권을 내준 문재인 정부의 핵심 인물이 아니던가. 그런 사람이 항소심 유죄 확정 직후에 신당창당을 선언하다니. 국민을 우습게 보지 않는다면 생각도 하기 어려운 일이다.

신당창당은 자유다. 구태여 말리거나 폄하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심지어 문재인 전 대통령도 힘을 실어 줬다니 더는 할 말도 없다. 끼리끼리다. 다만 조국 신당이 오는 4월 총선에서 어떤 영향력을 미치게 될지는 잠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 총선 정국을 보노라면 작은 변수 하나가 총선판을 통째로 흔들 수도 있는 팽팽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물론 조국 신당이 무슨 변수가 되거나 바람을 일으킬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다만 작은 변수라도 접전의 상황, 특히 수도권 선거에서는 그 미세한 변화마저도 과소평가는 금물이다. 자칫 한 방에 훅 갈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조국 신당은 문재인 정부를 다시 소환할 것이다. 촛불혁명이 무색하게 이렇다 할 성과도 없이 5년 만에 정권을 내준 그들을 다시 불러낸다는 점이다. 박수보다는 분노의 목소리가 더 클 것이다. 진보나 좌파로 불리는 구태들도 다시 소환될 것이다. 청산됐어야 할 유물들이 아직도 설치고 있다면 총선 정국에서는 민폐와 다름없다. 그리고 특히 '내가 조국이다'며 조국 일가의 비리를 엄호했던 강성 지지자들의 광기도 다시 부각될 것이다. 청년들의 분노는 더 커질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 대목을 집요하게 파고들 것이다. 그럼 민주당은 어떻게 나올까. 민주당과는 관계가 없다고? 검찰독재 때문이라고? 이래저래 민주당에겐 아픈 상처가 다시 덧날 가능성만 커진 셈이다.

/박상병 시사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