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선욱 청운대학교 공간디자인학과 교수
▲ 문선욱 청운대학교 공간디자인학과 교수

국내외 정세가 혼란스러운 요즘, 우울감을 떨쳐내며 다시 힘을 얻게 되는 것이 있다. 그것은 전통문화와 첨단시스템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대한민국 도시에 대해 자국의 도시와 비교하며 부러워하는 외국인 시선의 영상들을 시청하면서이다. 이 영상들은 내가 꽤 괜찮은 도시에 살고 있다는 자부심을 느끼게 한다.

우리나라 인구 90% 이상이 도시지역에 살고 있다. 인프라가 집중되어 있어 도시민은 삶의 질을 보장받고 여러 선택의 기회가 주어지니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이유로 살기 좋은 도시가 더욱 궁금해진다.

한때 야경의 도시, 홍콩이 여행 가고픈 부러움의 대상이었고, 2000년대 도시 공공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해외 공공디자인 선진 도시들을 답사하는 여행이 유행이었던 적이 있다. 그 시절에는 단기간 방문하여 해당 지역의 문화적, 사회적 성향과 배경에 대한 이해 없이 벤치마킹한다며 물리적 모습만을 보고 따라 하기에 바빴다. 도시 곳곳이 마치 영화 세트장과 같이 겉모습만 흉내 낸 개선사업이 전국에서 진행되었다. 이러한 사업의 잔재들은 여전히 남아 있기는 하지만 따라 하기 사업들도 전혀 나쁘지 않았다는 생각을 한다. 오히려 여러 번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문제점을 발견하여 해결책을 모색하게 되었다.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는 반복적인 연습을 통해 습득하고 원리를 깨닫는다. 어떤 분야의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1만 시간의 법칙이 있다고 하지 않던가? 피카소는 똑같은 사물을 수십 번 그리며 기본을 다지고, 오랜 시간 명화들을 반복해 모작하는 끊임없는 탐구로 입체파의 독특하고 창의적 화풍을 갖게 되었다는 것은 이미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이야기이다.

우리는 그간 도시의 경관개선, 공공디자인, 도시재생 등 다양한 사업들을 반복하면서, 우리만의 노하우를 갖추게 되었고, 이제는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한국적 도시 공간들을 갖게 되었다. 여기에 다양한 형태의 ICTs(정보통신기술) 융합기술이 도시 인프라와 접목되고, 한국인 특유의 섬세함과 배려, 지자체별 경쟁이 더해져, 외국인들이 부러워하는 도시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이제 벤치마킹하고 따라가야 할 대상은 없다. 외국인이 칭찬하는 도시로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후손 즉 미래의 우리 도시민이 만족하는 삶을 담을 수 있는 도시가 목표여야 한다. 우리 도시의 사회·경제·역사·문화적 특성과 함께 정보통신 인프라를 포함한 도시의 모든 자원을 기반으로 시민 삶에 지원하는 것이 지향점이어야 한다. 특히 도시공간에 사회문화적 배경까지 포함한 기술의 적용은 그 의미가 매우 크다. K-문화에 열광하는 전 세계인에게 우리의 도시 시스템을 세계 표준의 자리에 올려놓을 기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K-문화에 담겨 있는 사람에 대한 배려와 안전은 우리 도시만이 누리는 자유로움이다.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해 쓰레기 분리배출과 재활용 기술은 우리 도시민의 습관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누리는 버스정보시스템(BIS)과 같은 스마트시티 기술은 세계 어떤 도시에서도 흔하게 볼 수 없는 첨단 기술이다. 그리고 우리는 당면한 기후변화와 환경문제를 해결하고, 재난재해의 사전 예측과 스마트한 대응 시스템을 한발 앞서 구축해가고 있다.

이제 우리는 자부심을 갖고 대한민국의 도시문화와 도시시스템으로 세계를 선도해 나가야 한다.

/문선욱 청운대학교 공간디자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