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진 작가전, 공간불모지서
▲ 오는 11일까지 인천 연수구 공간불모지에서 열리는 신용진 작가의 개인전 '이것은 논문이 아니다' 모습.

지난해 12월 학위논문 심사에서 최종 탈락했다. 미술학과에서는 유례없는 일이기에 불쾌한 감정이 들었지만, 어쩌면 특별한 사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논문이 되지 않는다면 논문의 형식을 띠고 있는, 그러나 더는 논문이 아닌 이미지와 같은 작품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오는 11일까지 인천 연수구 공간불모지에서 열리고 있는 신용진 작가의 개인전 '이것은 논문이 아니다'는 논문 심사 탈락의 고배를 마신 작가의 아픔에서 시작됐다.

▲ 오는 11일까지 인천 연수구 공간불모지에서 열리는 신용진 작가의 개인전 '이것은 논문이 아니다' 모습.
▲ 오는 11일까지 인천 연수구 공간불모지에서 열리는 신용진 작가의 개인전 '이것은 논문이 아니다' 모습.

“스스로 집필한 소중한 창작자로서의 연구 기록을 타인의 입김 같은 것으로 휘발시킬 순 없었어요. 예술의 자유와 보수성의 양가적 모호함에 덮여왔던 수많은 사라진 글들을 상상해보며 작품을 제작했어요. 이번 작업을 통해 예술에 대한 저의 텍스트가 덮이지 않고 고정되길 희망하고 있죠.”

전시장에는 글자가 중첩돼 논문이라 볼 수 없는 작품들이 곳곳에 늘어져 있다. 글자 위에 이미지 파일이 덮여있기도 하고, 커다란 현수막에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글자들이 얽혀있다. 전시장 한가운데 놓인 프린터 주위 바닥에는 인쇄된 수많은 종이가 널브러져 있고, 작가의 언어를 학습한 AI는 작가가 써내려간 글을 끝도 없이 읊어댄다.

“탈락의 논문을 제물로 삼아 예술의 주이상스( jouissance·고통스러운 쾌락)를 실현해보고 싶었습니다. 우리의 언어에서도 새로운 미감을 발견해보고 예술의 자유로운 상상에 빠져보는 일탈의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글·사진 곽안나 기자 lucete237@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