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향 포천시 허가담당관]

민선 8기 출범 후 신설 조직 승진 임명
지연처리율 0%…인근 시·도 벤치마킹
팀원들 1년여간 겪은 '에피소드' 출간
▲ 이지향 포천시 허가담당관이 직원들과 함께 만든 '허가 일기책'을 들고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단독주택을 짓기 위해 서류를 접수했는데 6개월이 지나도록 허가가 안 나왔다. 포천시 행정에 실망했다.”

민원인이 포천시청 허가담당관에 전화를 걸어 대뜸 화를 냈다. “그럴 리 없다. 잠시만요. 확인해보니 접수된 게 없는데요”라고 답했다.

전화 한 통화에 난리가 났다. 직원들은 혹시나 접수한 서류가 분실됐는지 몰라 접수대장과 책상을 모두 샅샅이 뒤졌다. 아무리 찾아봐도 없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민원인한테 “어느 측량업체에 접수했나요”라고 물었다. 사실 확인 결과 측량업체에서 도면 작성이 늦어져 접수가 안 된 상태였다.

민원인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접수도 안 됐는데 우리가 왜 혼나야 하나요”라고 묻자 “오해해서 미안하다. 접수되면 빨리 처리해 달라”는 멋쩍은 답변이 돌아왔다.

허가담당관에선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하루에도 민원처리를 요구하는 전화가 빗발친다. 전화만 받는 게 아니다. 민원현장도 가봐야 하고, 허가 절차도 진행해야 한다.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전쟁과도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민원 처리를 지연한 경우는 한 건도 없다. 허가 민원 처리 단축률도 증가하고 있다.

백영현 포천시장은 민선 8기 출범과 함께 지난 2022년 11월 허가담당관을 신설했다. 인허가 민원 처리 지연으로 인한 시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조직도 8개 팀 39명의 허가 전담 인력을 배치했다. 당시 6급이었던 이지향 팀장을 사무관으로 승진시켜 허가담당관 자리에 앉혔다. 파격 인사에 이은 대대적인 조직 개편이었다.

조직 내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했다. 기피부서로 알려진 인허가 관련 부서에서 일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직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지향 허가담당관 역시 발령을 받고 나선 숨이 턱까지 막혔다. 38명의 직원과 함께 어렵기로 소문난 허가 관련 업무를 잘 헤쳐 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그러던 중 각 분야에서 전문가인 직원들을 믿었고,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확신도 얻었다. 또한 편견을 깨트리고 남자보다 강한 리더십으로 조직을 이끌었다.

허가와 관련한 민원업무는 신속하고 투명하게 원스톱 처리할 수 있도록 직원들과 함께 공유하고 소통했다. 민원업무 처리를 위한 문자 알림서비스도 시행했다.

이창식(6급) 미래도시과 신산업개발팀장은 233쪽 분량의 공사 감독 가이드라인을 직접 제작해 MZ세대 새내기 공무원에게 교육을 시켰다. 덕분에 업무의 속도가 빨라졌다.

허가담당관이 신설된 지 1년이 지났다. 허가 민원 처리는 빨라졌고, 지연처리율은 0%였다. 인근 시·군도 부러워했다. 벤치마킹까지 왔다.

이지향 허가담당관의 강한 리더십과 직원들이 똘똘 뭉친 덕분이다. 이러면서 허가담당관 신설을 공약한 백영현 시장도 덩달아 빛을 봤다.

화젯거리도 있다. 직원들이 1년 동안 일하면서 경험했던 다양한 이야기를 책에 담았다. 일명 '허가 일기책'이다.

허가담당관부터 주무관까지 전 직원이 인허가 과정부터 민원 처리 과정의 어려움과 성취의 감정, 허가담당관에서 일하면서 겪은 직원들 간의 소소한 이야기 등이 책에 담겼다.

이지향 허가담당관은 “근무한 지 벌써 1년이 넘었다.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바쁘고 정신없었다. 그동안 힘들어도 직원들이 서로 믿어주고 도와줬다. 너무 고마웠다”면서 “직원들한테 '허가 일기책을 써보는 게 어떠냐고 했더니 모두 이야깃거리가 있다'고 했다. 많은 분이 도와주셔서 책을 냈는데, 직원들이 너무 좋아했다. 요즘엔 일할 때 직원들의 웃음소리만 들어도 행복하다. 민원인들에게도 웃음을 주는 행정 업무를 펼치겠다”고 말했다.

/포천=글·사진 이광덕 기자 kd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