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두환 인하대학교 환경공학과 연구교수·미래변화예측연구소장
▲ 김두환 인하대학교 환경공학 연구교수·미래변화예측연구소장

지난 1월8일 보험개발원에서 '생명보험 가입자 통계'를 이용한 '10회 경험생명표'를 발표하였다. 경험생명표는 보험산업의 평균 사망률로 통계청의 '국민생명표'와 함께 사망현상에 대해 5년마다 작성되는 국가지표이다.

이번 발표에서 평균 수명이 남자 86.3세, 여자 90.7세로 나타났다. 2022년 기준 통계청의 국민생명표의 평균수명은 남자 79.9세, 여자 85.6세이다. 주목할 것은 평균수명이 90세가 넘는다는 발표가 처음이라는 것이다. 특히 시사점 중 하나는 평균수명 증가속도는 둔화하였으나 남녀 간 평균 수명의 차이가 줄어드는 것이다. 이는 남녀 모두 100세 시대가 실제로 도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2020년 만 64세 이상 고령인구는 전체 인구의 15.7%이며, 고령인구가 20%인 최고령사회는 2025년에 진입할 예정이며, 2040년에는 34.4%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2023년 UN 인구청에 따르면, 2022년 초고령사회의 국가는 22개국이며, 일본이 세계 최고의 초고령 국가이다. 일본은 2005년 세계 최초 최고령사회가 되었고 2022년 기준 노령인구가 29.5%에 도달했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의 주범 중 하나가 고령화 때문일 것으로 평가하며, 전체 노인 의료비 및 노인 빈곤율 상승으로 인해 국가 재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쩌면 이러한 일본의 실상이 대한민국 미래의 모습일 수도 있다.

고령화로 인해 다가올 미래의 위기를 가만히 앉아서 마주쳐야 하는가, 아니면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가의 결정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효과적인 대안이 별로 없는 것이 큰 문제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제에 함몰되지 않고, 문제를 둘러싸고 있는 상황까지도 고려하여 시스템 사고를 해야 한다. 먼저 고령인구, 즉 노인에 대한 사회적 개념을 완전히 바꿀 패러다임 전환이 있어야 한다.

첫째, '노인'이라는 용어부터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노인'이라는 용어는 육체적 쇠약함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타인에게 보호받고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이미지를 갖게 된다. 그러나 나이가 든다는 것은 육체적 쇠약함 뿐만 아니라 많은 인생 경험으로 인한 성숙함에 이른다는 것이다. 마치 추수 때를 기다리는 알곡과 같다는 것이다. 알곡의 추수는 벼 입장에는 종말을 의미하지만, 알곡 자체는 많은 사람에게 풍성함을 선사한다. 따라서 필자는 '노인'보다 '숙인(熟人)'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를 권장한다.

둘째, 노인을 위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많은 과학자는 노화연령 측정 시스템 등 다양한 방법을 개발하여 '생물학적 나이'를 측정하고자 한다. 간단하게 말하면 '생물학적 나이'는 몸의 '세포' 나이이다. 인간의 평균수명이 늘어난다는 의미는 바로 '생물학적 나이'가 젊어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명확한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현대의 생물학적 나이는 실제 나이에 0.8을 곱하는 것이다. 50년 전 60세에 환갑잔치를 하며 장수를 축하하였지만, 현재 80세는 50년 전 환갑과 비슷한 나이이다. 그렇다면 현재 노인인 65세는 50년 전 52세로서 한창 일할 나이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대략 80세까지 일하는 것을 받아들여야 하며, 이는 저주가 아닌 축복임을 상기해야 한다. 정부도 노인 의료비에 대한 지원보다 오히려 노인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재정을 절약함을 인식해야 한다.

우리는 '노인'을 '실버(silver)세대'라고 한다. 그러나 이제 '숙인'들을 '황금(Gold)세대'로 불러야 한다. 65세 이전까지의 삶은 자기 자신과 가족들을 위한 '이기적' 삶이었다면, '숙인'들의 삶은 미래세대와 타인을 위한 '이타적'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 '노인'으로서 사회의 짐이 되는 것이 아니라, '숙인'의 성숙함과 통찰력으로 사회의 기반이 되는 것이다.

/김두환 인하대학교 환경공학 연구교수·미래변화예측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