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위키’에 출생지 서울에서 포천으로 바꾼 뒤 삭제 ‘허위사실’ 논란

가평주민,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선관위에 고발...권 예비후보 “억울하다”
▲ 권신일 국민의힘 포천·가평 예비후보가 출생지와 관련해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선관위에 고발된 가운데 지역에선 진실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인천일보 DB

권신일(53) 국민의힘 예비후보의 출생지를 놓고 진실공방이 뜨겁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나무 위키’에 출생지가 서울에서 포천으로 바뀌었다가 최근엔 아예 삭제됐기 때문이다. 이러면서 같은 당 예비후보들과 지역에선 출생지가 과연 어딘지,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하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가평군에 사는 한 주민은 지난 1일 권 예비후보를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포천시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했다.

5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해보면 권신일 예비후보는 지난해 12월12일 선관위에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총선 출사표를 던졌다. 당시 권 예비후보의 주장은 이랬다. 철원이 고향인 아버지와 포천이 고향인 어머니 사이에서 지난 1970년 태어나 야미리와 백의리 등에서 자랐다.

그 뒤 가족의 생계를 위해 고향을 떠나게 된 부모님을 따라 초등학교 때 서울로 이사했다. 돌아가신 할머니의 유골은 자신이 직접 포천 영북면의 산에 묻었다.

6선을 지낸 이한동 전 총리는 고향 선배이자 조언을 듣는 사이였다. 지난 2005년 국회의원 선거 때는 중앙당에서 파견돼 포천·연천 선거를 도왔다.

권 예비후보는 이런 이유를 들어 고향 포천과 가평을 K-방산, 관광 등 분야에서 대한민국 최고의 도시로 만들어 후손들에게 물려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최근 출생지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 2016년 제20대 총선 때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출마하면서 출생지를 서울(성북)로 표기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나무 위키’에도 출생지는 서울(성북)에서 포천(야미리)으로 바뀌었다가 최근엔 기록 자체가 사라졌다. 결국 출생지는 진실공방으로 이어졌고, 선관위 고발까지 당했다.

이와 관련 권신일 예비후보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권 예비후보는 “(선관위에) 고발된 사실은 전혀 몰랐다. 출생지 증명서에는 동두천으로 돼 있다고 누차 말했다. (서울에서 태어났다고 말했는지에 대해서는) 모르겠다"면서 "동두천에서 태어났다고 할 수는 있겠지만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서울에서 태어났다는 건 제 머릿속에 생각 자체가 없다. 나무 위키에 올라온 출생지는 내가 작성한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출마기자회견 때 어머니 고향이 포천이고, 할머니 산소도 있다. 어머니께서 포천 영북면 야미리에서 저를 낳았다고 말씀해주셔서 포천과 연고가 있다고 분명히 말했다. 고향이 아니라고 한다면 ‘히딩크가 왔다’고 해달라고 했다”면서 “최근 출생지를 놓고 여러 얘기가 나오는 것 같다. 지지도가 오르니까 끌어내리려고 험담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억울해했다.

그는 또 “주민등록상에는 72년 동두천 출생으로 돼 있다. 70년대에 태어난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당시 아버님이 미군 부대에서 일했는데, 동두천에 가셔서 출생신고를 한 거로 알고 있다”며 “(출생신고가 늦어진 이유에 대해서는) 동두천과 영북면에 가서 서류를 다 찾아봤다. 하지만 관련 기록이 없었다. 확인증이라도 써달라고 요구했지만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그래서 법적인 문제 등을 고려해 포천에서 태어났다는 말은 함부로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비례대표로 출마할 때도 성북구가 고향이라고 말한 적은 없다. 서울 출생은 도대체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다. 나무 위키에 출생지가 서울로 표기된 것도 나중에 알았다. 그래서 포천 야미리로 고쳤다가 법적으로 출생지가 동두천이라서 문제가 될까 봐 바로 내렸다”고 덧붙였다.

선관위 관계자는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는 내용으로 고발장이 접수된 건 맞다. 해당 예비후보한테 소명자료를 요청할 예정"이라며 "자료를 검토한 후 선거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겠다”고 했다. 이어 “(예비후보 등록 당시 출생지는 어디로 표기했는지에 대해선) 개인정보라서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포천=이광덕 기자 kd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