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 호주와의 경기에서 연장 전반 프리킥으로 역전 골을 성공시킨 뒤 환호하고 있는 손흥민./연합뉴스

한국 축구대표팀의 ‘120분의 드라마’가 또 한 번 펼쳐졌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3일(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알와크라의 알자눕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8강전에서 호주에 2대 1로 승리했다.

9년 전 호주 대회 호주와 결승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패배로 눈물을 흘렸던 ‘캡틴’ 손흥민이 중심에 있었다.

이날 클린스만 감독은 조규성을 최전방 스트라이커에 놓고 좌우 측면에는 황희찬과 이강인을 기용했다. 손흥민은 조규성 아래 배치돼 전천후 공격 역할을 맡았다. 그리고 황인범과 박용우가 중원을, 수비에는 설영우, 김영권, 김민재, 김태환이 섰다. 골문은 조현우가 지켰다.

전반은 한국이 높은 볼점유율을 바탕으로 전반적인 주도권을 잡고 경기 분위기를 이끌어 갔지만 결정적으로 골로 연결하지 못하면서 역습에 실점하고 말았다.

전반 31분 선발 출전한 황희찬이 설영우의 컷백을 슈팅으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으나 오프사이드로 득점 인정이 되지 않았다.

4-4-2 포메이션을 가동하면서 점점 압박 강도를 높인 호주는 전반 42분 우리 페널티지역에서 황인범의 패스 실수를 놓치지 않고 오른쪽 측면에서 너새니얼 앳킨슨이 올린 크로스를 구드윈이 발리슛으로 마무리해 먼저 선제골을 넣었다.

동점 골이 필요한 한국은 후반 들어 전반보다 공세 수위를 한 단계 올렸다.

클린스만 감독은 중반 이후 조규성 대신 이재성, 황인범 대신 홍현석을 투입했고, 경기 막판에는 김태환 대신 양현준룰 내보내 반전을 노렸다.

몇 차례 페널티 박스 공략이 나왔지만 끝내 득점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하지만 직전 경기인 사우디전을 떠올리게 하는 기적 같은 장면이 후반 추가시간 또 한 번 연출됐다.

손흥민이 후반 추가시간 3분 페널티박스 안에서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키커로 나선 황희찬이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1대 1을 만들었다.

경기 종료 불과 1분을 남긴 시간이었다.

또 한 번 역전 드라마를 직감한 한국 대표팀은 연장 들어 거세게 호주를 압박했다.

이번에는 손흥민이 직접 해결했다.

연장 전반 14분 왼쪽 페널티박스 앞에서 얻은 프리킥 기회를 놓치지 않고 오른발 감아차는 슈팅으로 호주 골망을 흔들었다.

연장 후반 들어서도 몇 차례 쐐기 골 기회가 찾아왔지만 모두 아쉽게 골문을 벗어났고 결국 2대 1로 경기가 마무리됐다.

클린스만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우리 선수들 한 명 한 명 모두가 자랑스럽다. 경기력뿐만 아니라 팀 전체로서 이길 수 있었다”면서 사우디전에 이어 120분 혈투를 치른 선수들을 칭찬했다.

이제 한국은 7일 오전 0시 조별리그에서 2대 2로 비긴 바 있는 요르단과 결승 진출을 두고 리터 매치를 펼친다.

두 차례 연속 혈투로 체력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수비 핵심인 김민재까지 경고 누적으로 요르단전에 출전하지 못하게 되면서 또 한번 쉽지 않은 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 한국과 호주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클린스만 감독이 기뻐하고 있다./연합뉴스

/유희근 기자 allway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