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예술인 ‘수원시 예술인 기회소득 실시를 위한 범예술인 행동’ 조직
20일 수원화성박물관에서 ‘수원시 예술인 기회소득 실시를 위한 대토론회’ 열어
수원시의회에 ‘수원시 예술인 기회소득 지급 조례안’의 조속한 심의와 통과 촉구

경기도내 법정 문화도시 중 유일하게 수원특례시만 경기도 예술인 기회소득에 참여하지 못하자 지역예술인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수원시가 지역작가의 ‘비영리적인 희생과 예술혼’에만 기댄 채 문화예술 복지를 실현하면서도 정작 예술인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 ‘수원시 예술인 기회소득 실시를 위한 범예술인 행동’은 지난 20일 수원화성박물관에서 토론회를 열고 ‘수원시 예술인 기회소득 지급 조례안’의 조속한 심의와 통과를 촉구했다.

‘수원시 예술인 기회소득 실시를 위한 범예술인 행동’은 지난 20일 수원화성박물관에서 수원시의회에 ‘수원시 예술인 기회소득 지급 조례안’의 조속한 심의와 통과를 촉구했다.

이들은 취지문을 통해 “수원특례시를 비롯한 용인·고양·성남 등 4개 지자체는 기초의회에서 관련 조례안이 통과되지 못해 예술인 기회소득 사업을 실행하지 못했다”면서 “해당 지역 예술인들은 사회적 가치 인정에서 소외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초의회가 예술인의 사회 공공성과 그 가치를 인정하지 않은 처사”라면서 “기초의회 의원들이 예술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예술인은 의무를 다하고 있는 수원시민이이면서 시민들의 정서적 안정과 예술 향유를 책임지고 있는 지역 사회의 필요 존재”라며 “시민인 예술인의 권리 또한 인정하고 지켜줘야 한다”고 했다.

도내 문화도시는 2019년 부천시, 2021년 수원특례시, 2022년 의정부시가 선정됐고, 올해 안성시가 승인을 앞두고 있다.

▲ ‘수원시 예술인 기회소득 실시를 위한 범예술인 행동’은 지난 20일 수원화성박물관에서 ‘수원시 예술인 기회소득 실시를 위한 대토론회’를 열었다.

앞서 이날 열린 ‘수원시 예술인 기회소득 실시를 위한 대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김대준 미술가는 해외 각국의 예술인 지원 제도를 소개하며 “예술인 기회소득은 오직 예술인을 위한 지원정책이 아니고, 창작활동을 통해 시민사회에 공공재로서 확고한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시민에게 직접적인 풍요로운 삶을 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오연 SPA현장예술가는 “수원시의 외형적인 문화지수는 전국 어느 곳에 뒤쳐지지 않지만 정작 창작예술가들의 삶은 더 피폐해 지고 있다”며 “예술가들에 대해 몰이해와 재능기부의 슬러건에서 찾아지듯 대책 없는 예술인 복지에 대한 기본적 인식이 예술문화행정 저변에 녹아나지 않는 탓”이라고 했다.

이동숙 미술가는 “수원시의 지속적인 문화예술정책을 가능하게 만든 토대는 바로 예술인의 이익을 버리고 순수 창작에 열중한 지역 작가들의 비영리적인 희생과 예술혼에 있다”며 “지역 예술인이 전업으로 예술에 전념하지 못하고 포기한다면 이는 시민의 문화예술 경험과 기회를 박탈하는 지역문화의 훼손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명희 시인은 “인근 도시에 사는 작가는 예술인 기회소득을 받아서 조촐하지만 작은 시집을 냈다는 이야기를 듣고 무척 부러웠다”며 “좋은 글을 많이 생산해 내고 주위에 공표하는 일은 예술인을 알리는 기회도 되지만 문화발전에도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다른 시와의 형평성에 맞춰서라도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창세 조각가는 “예전 유명한 조각가가 교통사고로 숨진 후 보험사가 일용직 노동자에 맞춰 보상가를 책정한 사태로 인해 예술인으로 불리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해 스스로 내 직업은 뭘 까란 고민을 하고 있다”며 “예술인 기회소득은 예술인을 증명하는 제도이자 예술을 이어갈 수 있는 희망”이라고 성토했다.

박영철 수원시민사회단체협의회 상임대표는 “수원시의회 문화체육교육위원회가 예술인 기회소득 조례안을 전원 합의로 보류한 것은 일부 시민에게만 부여하는 시혜적 혜택으로 잘못 이해하는 인식이 크다”며 “행리단길로 변한 핫플레이스 행궁동은 불과 십수년전에는 사람이 찾지 않는 쇠퇴한 마을이었지만 당시 문화예술인과 공방을 운영했던 작가들이 문화적 콘텐츠를 공급해 찾아오는 공간이 된 사례를 기억해 의회 스스로 결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 ‘수원시 예술인 기회소득 실시를 위한 범예술인 행동’은 지난 20일 수원화성박물관에서 토론회를 열고 예술인 가치 존중을 수원시의회에 요구했다.

범예술인 행동은 시의회 2월 임시회에 조례안 심사와 통과를 촉구하는 여론전뿐만 아니라 단체 행동도 각오했다.

범예술인 행동에 참여하는 오현규 ㈔수원예총 회장은 “문화도시를 지향하는 수원시가 예술인의 사회적 가치조차 인정하지 못하면 과연 문화도시라 내세울 수 있는가”라며 “2월 임시회를 마지노선으로 삼아 조례안 통과를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최남춘 기자 baikal@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