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평택시의 유해화학물질 유출 사고가 18일로 9일째를 맞았다. 지난 9일 밤 발생한 화재로 화성시 양감면 위험물 보관창고에서 유해화학물질이 대거 흘러나와 진위천의 지류인 관리천 7㎞를 죽음의 녹색으로 바꿔놓았다. 화성시와 평택시는 3만~7만t으로 추정되는 오염물질 제거에 24시간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16일 현재 1만t도 채 처리하지 못했다. 아직 지하수까지 오염되지는 않아 다행이지만, 시간이 더 흐르면 인근 농지 토양오염이 우려된다.

한강유역환경청 화학안전관리단은 지난 12일 시료분석 결과 생태독성이 없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흘러든 유해화학물질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채 기존 방식으로 검사를 진행한 탓이다. 관리천을 퍼렇게 만든 물질은 에틸엔디아민이라는 독성물질로 추정된다. 긴급검사였다고는 하지만 대응이 안이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15일 진행된 테스트를 통해서야 화성 유역 생태독성은 163TU(기준치는 2TU), 평택 유역은 1.7~42.4TU로 측정됐다.

유해화학물질 유출 사고에 대응하는 정부 매뉴얼이 작성·배포된 지 10년이 넘는다. 그러나 이번 사고는 매뉴얼 업데이트가 시급하다는 점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유해화학물질의 종류와 성분이 다양하고 사고 경위도 천차만별이므로 케이스별로 탄력 대응하는 시스템보강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사고수습을 최대한 신속하게 할 수 있도록 지원체계를 정비하는 일도 절실하다. 관리천 주변 시민들은 벌써 열흘 가까이 오염된 하천을 지켜보며 불안해하고 있다.

이번 사고를 수습·복구하는데 드는 비용만 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화성시와 평택시가 감당할 수준을 크게 넘어선다. 업체 측에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을지를 따져봐야겠으나, 오염물질을 퍼내고 확산을 막는데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 때문에 두 지자체는 난감한 입장이다. 평택시의회가 경기도와 중앙정부에 청북읍·오성면 등 관리천 유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달라고 건의하고 나선 것은 이 때문이다. 경기도와 중앙정부가 빠르게 검토해서 납득할만한 대답을 제시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