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을 앞두고 여권의 수도권 민심 잡기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지난 16일 국민의힘 인천시당 신년회 참석차 인천을 방문한 데 이어 17일엔 서울시당 신년회에 참석해 연이어 수도권 공략에 힘을 쏟고 있다.

인천을 방문한 한 비대위원장은 인천역~구로역 경인선 철도와 경인고속도로 지하화를 약속했다. 이날 한 비대위원장은 “철도 인근까지 주거단지가 밀집되고 인근 주민이 소음과 분진으로 고통받고 있다. 그뿐 아니라 철도는 도시를 단절시키고 슬럼화를 유발하기도 한다”며 “아주 오랫동안 교통 격차, 주거 환경 격차를 초래해 온 인천역∼구로역 경인선과 경인고속도 지하화를 차질 없이 하겠다”고 공언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복심이자 여권의 최고 인사인 한 비대위원장의 지하화 약속은 그동안 선거철만 되면 나왔던 지하화 선거공약과는 달리 무게감이 있어 크게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아쉬운 점이 많다. 그동안 수도권 규제와 역차별로 희생을 강요당해온 인천의 해묵은 현안 중 상당 부분이 언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인천 현안 모두를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지난 제20대 대통령선거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인천시민에게 약속한 공약에 대한 추진 의지를 강력히 밝혔어야 했다. 윤 대통령이 공약한 현안 중에는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 문제 해결, 제2의료원 설립, 인천 내항 주변 원도심 재생 등이 있다. 특히 수도권 규제와 역차별로 인천은 국제공항과 항만, 경제자유구역이 있음에도 성장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인천 시민과 유권자가 관심을 갖는 위에 언급한 현안 해결과 서울 중심주의로부터의 역차별, 수도권 규제 해소를 통한 인천의 성장동력 기반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 비대위원장은 이번 인천 방문을 통해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을 계양을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 저격수로 전략 공천하려는 이벤트에 더 집중한 모양이다. 한 비대위원장과 여권이 풀어놓은 보따리를 보니 알맹이는 없고 껍데기만 내놓은 꼴이다.

한 비대위원장은 지금이라도 인천의 현안을 해결하려는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 정치적 결단 없이 조삼모사식 공약과 자기 사람 심기로는 인천 민심을 결코 얻을 수 없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