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안나 경제부 기자.<br>
▲ 곽안나 문화부 기자

중학생이었을 무렵, 처음으로 인천문화예술회관을 찾았다. 당시에는 문화 앞에 '종합'이라는 글자가 더 붙었을 때라 “이름 한 번 길다”고 비아냥거린 기억이 난다. 그도 그럴 것이 공연 보고 감상문 쓰기가 학교 수행평가 중 하나였다. 공연 티켓과 팸플릿도 필수 제출이었기에, 대충 지어낼 수도 없었다.

TV 속에서만 보던 커다란 하프와 이름도 낯선 콘트라베이스, 첼로와 바이올린을 손에 쥔 수십명의 연주자들이 무대에 올랐다. 지휘자 손끝을 따라 웅장하고도 아름다운 선율이 울려 퍼졌다. 내 생전 처음으로 본 클래식 공연이었다.

그리고 20년이 훌쩍 지났다. 그날 이후 내가 제대로 본 공연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싶어 떠올려 보니, 열 손가락이 채 다 접히지 않는다. 입시에 취업에 이제는 육아에 핑계를 대보자면 끝도 없지만, 한마디로 여유가 없었다. 팍팍한 삶에 즐길 물리적 시간과 비용도, 심리적 여유도 부족했다.

취재하다 보니 인천에서 열리는 공연과 전시가 제법 많다. 크고 작은 갤러리에서 열리는 전시회는 대부분이 무료고, 시민 혜택 등으로 1만 원대에 볼 수 있는 공연도 한가득이다. 주말 저녁이 독점했던 공연을 평일 점심에도 즐길 수 있도록 기획한 브런치콘서트도 점점 늘고 있다. 그런데도 시민들은 알지 못하거나 알아도 선뜻 문턱을 넘지 못한다.

인천시는 올해 문화 분야 정책목표를 '가까이, 더 가까이 문화가 이끄는 시민 행복'으로 삼았다.

찾아가는 공연과 움직이는 갤러리 사업 등을 통해 바쁜 일상 속에서도 시민들이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여전히 문화예술은 누군가에게 사치고 배부른 소리다. 이제는 특정인만이 누리는 산물이 아닌, 누구나 향유할 수 있다는 분위기와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것이 곧 인천의 경쟁력이 될 것이다.

/곽안나 문화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