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무대 후 악기간 조율·소통 잘 되는 느낌 받아”
“음악가로서 갈 길 멀어…앞으로 발전 기대 해주길”
12일 백건우 협연 시작 오케스트라 공연 선보여
▲ 지난 8일 오후1시반쯤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예술감독 김선욱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김선욱 신임 감독이 답변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경기아트센터
▲ 지난 8일 오후1시반쯤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예술감독 김선욱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김선욱 신임 감독이 답변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경기아트센터

“손을 흔드는 게 지휘가 아니라 악보에 적혀 있는 '음', 그 너머에 있는 의미를 찾는 게 지휘자의 가장 큰 역할이라고 봅니다.”

1년이 넘는 공백을 깨고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새롭게 이끌 신임 예술감독이 왔다. 지휘자이자 피아니스트인 김선욱(36)이 그 주인공이다. 학창시절부터 피아니스트로 국제적인 명성을 떨친 김 감독은 경기필과 함께 지휘자로서의 '성장'을 꿈꾼다.

지난 8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1997년 창단한 경기필은 비슷한 시기 연주 활동을 시작한 저와도 음악적 성장의 비슷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며 “100년, 200년 된 오케스트라 같은 진득한 그것은 아직 만들어야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 만질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6년 18세의 나이로 리즈 국제피아노콩쿠르 40년 역사상 최연소 우승자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한 김 감독은 영국 왕립음악원 지휘 석사과정을 마친 후, 세계 주요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추며 지휘자로서의 역량을 증명해가고 있다.

그런 그가 지난해 6월 첫 무대를 함께하며 경기필에 느낀 첫인상은 '무섭다'는 것이다. 그는 “현 파트는 굉장히 유연하고 관 파트는 힘이 있다. 악기 간 조율하고 소통이 잘 되는 느낌을 받았다”며 “습득하는 속도도 굉장히 빨랐고 집중력도 굉장했다. 어떻게 만지느냐에 따라 확실히 성장할 수 있는 단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취임 후 처음 보여줄 '2024 신년음악회' 무대에서 '성장'과 관련한 요하네스 브람스 교향곡 제1번을 선택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김 감독은 “아무리 초일류 악단이나 음악가라도 완성형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며 “매일 발전하고 성장하려 노력하는 자체가 성장의 일부이기 때문에 '성장'이라는 단어를 여러 번 쓰는 것” 이라고 설명했다.

▲ 지난 8일 오후1시반쯤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예술감독 김선욱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김선욱 신임 감독의 모습 /사진제공=경기아트센터

어려서부터 지휘자를 꿈꿔왔다는 김 감독은 음악의 본질을 '긴 호흡'이라고 생각한다. 올해로 36세를 맞은 그에게 '신임 지휘자'라는 편견은 음악가로서의 자연스러운 성장을 '곡해'하는 것에 불과하다.

김 감독은 “음악가로서 30대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며 “'시작'은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시작 없이는 발전을 할 수 없고 이룰 수도 없으니 시작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기보단, 계속 이끌고 발전하는 데 더 의미를 많이 두고 기대해주면 좋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 감독은 오는 12일 전설적인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협연을 시작으로 5회에 걸친 마스터즈 시리즈(정기 연주회)를 통해 세계적인 해외 솔리스트들과의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라이너 호넥을 포함해 국내 오케스트라와 첫 협연을 펼치는 바딤 콜로덴코, 파스칼 모라게스, 첫 내한 공연을 소화할 마크 부쉬코프와의 무대도 큰 기대를 모은다.

서춘기 경기아트센터 사장은 “지휘자 공백 기간 동안 지휘자의 역량에 대해 고민해봤을 때, 곡을 해석하고 분석할 수 있는 능력과 개성과 카리스마, 음향 구조를 완성하고 연주자와 관객을 소리로 지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공연을 함께하며 김 감독이 단원들과 호흡을 맞추는 모습, 통솔력과 열정, 곡에 대한 해석에서 많은 자극을 받았다”며 “그가 가지고 있는 음악적 능력과 잠재력이 음악적 발판과 무대를 드리면 경기필과 같이 성장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박지혜 기자 p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