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 달 강원도에서 열리는 제105회 전국동계체육대회에 인천 대표 주니어 피겨 스케이터로 출전하는 김정윤(8)양. /사진제공=엄마 임지현씨

몸무게 770g으로 태어난 ‘이른둥이’ 미숙아가 건강하게 자라 다음 달 열리는 제105회 전국동계체육대회 주니어 피겨 스케이터 선수로 출전한다.

그 주인공은 인천 중구 인천하늘초등학교에 다니는 1학년 김정윤(8)양.

정윤이는 임신 6개월 만에 세상에 나왔다.

심장과 폐 등 모든 장기가 미성숙한 상태로 나온 터라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100일 축하파티를 하고도 한 달 정도 더 지나서야 병원 밖으로 겨우 나올 수 있었다.

엄마 임지현 씨는 인천일보와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병원에서 ‘아기가 어떻게 될 지 모르니 일단은 안 보는 게 좋겠다’고 할 정도로 정말 위태로운 상태였어요. 인큐베이터 안에서 주사바늘과 각종 의료장비 속에서 힘겹게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지 몰라요”라고 말했다.

▲ 임신 6개월 만에 나온 정윤이는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4달을 넘게 지낸 후에야 퇴원할 수 있었다. /사진제공=엄마 임지현씨

임 씨는 지금도 가끔씩 밤에 정윤이가 잠들면 가서 귀를 가만히 대본다고 했다. 정윤이가 퇴원해서 집으로 온 지 며칠 안 돼 무호흡증으로 또다시 급히 입원을 해야 했던 기억이 트라우마로 남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콧줄 등 몸에 부착한 보조기를 하나씩 떼고 서서히 건강을 되찾은 정윤이는 6살 때 처음 피겨스케이트를 접했다.

임 씨는 “이른둥이로 태어나서 남들보다 더 건강하게 키우고 싶은 마음에 이것저것 시도해보다 피겨스케이트 강습을 받았는데 곧잘 따라하고 재미있어 하더라구요.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씩 취미 삼아 아이스링크장을 다니다 반년 전쯤서부터는 본격적으로 배워보려고 박빛나 코치님 밑에서 지도를 받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정윤이는 피겨스케이트를 시작한 지 1년 반 만에 승급 심사에서 1급을 받았다. 대한빙상경기연맹 피겨스케이팅 승급 규정에 따르면 피겨스케이팅 급수는 초급부터 8급까지 총 9단계가 있다.

1급에 합격하려면 필수요소(백워드 아웃사이드 써클 에잇 등)와 프리스케이팅(왈츠 또는 싱글 악셀 등) 두 가지 부분에서 기준 점수 이상을 받아야 한다.

일주일에 토요일 하루만 빼놓고 서울 고척동에 가서 하루 4-5시간씩 연습을 하지만 그간 힘들어도 하기 싫다고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을 정도로 운동을 좋아한다.

다음 달 강원도 춘천시에서 열리는 동계체전 빙상피겨 종목은 남녀 종별 싱글A~D조로 나눠 경기가 열린다.

정윤이는 인천 대표로 여자 13세 이하부 싱글D(피겨스케이팅 1~2급 선수들이 출전하는 조)에 나선다. 최고 초등학교 6학년 선수와 경쟁해야 하는 만큼 이번에는 전국대회에 처음 나가 경험을 쌓는데 의의를 둘 생각이다.

정윤이의 대회 출전곡은 ‘영화 007 제임스 본드 메들리’. ‘피겨여왕’ 김연아가 2010 밴쿠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쐈던 그 곡이다.

▲ 손으로 하트 모양을 표현하고 있는 정윤이./사진제공=엄마 임지현씨

임 씨는 “지금도 가끔씩 삼성서울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간호사 선생님들이 써준 일기장을 꺼내 읽어 보곤 한다. 비록 아직은 작고 어설프지만 생사가 불투명했던 이른둥이가 많은 사람들의 도움과 헌신으로 은반 위에서 희망의 점프를 뛸 수 있게 됐다고 전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유희근 기자 allway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