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탑승 거부·요금 뻥튀기
PC방·숙박업체, 추가금 요구
장병 “울며 겨자 먹기로 이용
민간인과 동등하게 적용해야”
복수 지자체 “민원 수렴·개선”
▲ 연천군에 국군장병을 환영하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br>
▲ 연천군에 국군장병을 환영하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경기도 내 국군장병들을 대상으로 한 바가지 상술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8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커뮤니티인 '육군훈련소대신전해드립니다'를 통해 경기도 전방부대에 복무하고 있는 장병이라며 자신을 소개한 게시글 하나가 올라왔다.

게시글에서 한 장병은 택시를 타기 위해 새로 개통한 연천역이나 전곡역으로 행선지를 요청했다. 그러나 택시영업기사는 소요산역까지 가는 경로가 아니면 운행할 수 없다며 황당한 답변만 들려주었다. 단거리라는 이유에서였다.

불과 일주일 뒤인 28일에는 복귀 시간이 임박했던 장병에게 덤터기를 씌운 악덕 택시기사에 대한 제보가 이어졌다.

커뮤니티에 글 작성자는 “지하철이 연착되면서 복귀 시간이 임박해 연천역에 도착하게 됐고 택시가 잡히지 않다 가까스로 택시를 잡게 되면서 주변에 택시를 기다리던 다른 중대의 장병들과 합승을 하게 됐다”며 “택시기사분이 몇시까지 복귀냐고 물었고 시간 맞춰 못 가면 안되겠다며 막상 행선지에 도착해서는 두 팀이 탔으니 1만8000원의 요금을 내라 강요했다.

택시호출 앱에는 분명 1만800원이 찍혔는데도 부당한 요금을 내라고 했다”고 호소했다.

뿐만 아니라 장병들이 자주 이용하는 식당 또는 PC방과 같은 편의시설에서도 부당영업행위 정황이 포착됐다.

▲ 연천의 한 PC방이 외출시간이 짧은 군장병들의 특성에도 종일요금제로 영업을 해 오면서 바가지 상술이라는 논란에 휩싸였다./사진제공=육군훈련소대신전해드립니다 갈무리
▲ 연천의 한 PC방이 외출시간이 짧은 군장병들의 특성에도 종일요금제로 영업을 해 오면서 바가지 상술이라는 논란에 휩싸였다./사진제공=육군훈련소대신전해드립니다 갈무리

연천군의 한 PC방에서는 짧은 시간 외출 후 복귀를 해야 하는 장병들의 특성에 따라 종일이용권이 불필요한데도 온종일 이용하는 고정요금제로만 영업해 온 업체에 곱지 않은 시선이 모이고 있다.

▲ 여주의 한 식당에서 군장병과 민간인과 차등 요금을 강요해 눈총이 쏠리고 있다. /사진제공=육군훈련소대신전해드립니다 갈무리<br>
▲ 여주의 한 식당에서 군장병과 민간인과 차등 요금을 강요해 눈총이 쏠리고 있다. /사진제공=육군훈련소대신전해드립니다 갈무리

또 여주시 가남읍의 있는 한 무한리필 갈빗집에서 국군 장병용 가격을 별도로 책정한 사진이 온라인상에 공개되면서 여론의 질타가 이어졌다.

사진에는 1인 성인 기준 가격 1만6900원으로 표기해 놓은 것과 달리 군 장병에게는 1만9900원의 이용요금이 부과됐다.

군 장병을 대상으로 한 바가지 상술 행위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장병 가족들을 상대로 한 영업행위가 훈련소와 군부대 주변으로 성행하고 있다.

연천군청 홈페이지에는 훈련소 주변 과도한 숙박 요금에 대해 민원이 제기됐다.

해당 민원에 따르면 1박을 할 수 없는 부득이한 상황에서 숙박료가 평균 12만~13만원을 웃도는 터무니없는 가격에도 울며 겨자 먹기로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훈련소 인근에서 편지봉투, 우표, 깔창, 무릎보호대, 시계 등 장병들의 훈련 시 필요하지만 지급이 안 되는 물품에 대해 시중가보다 2~3배가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이같은 부당영업에 현역 장병들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경기도 내 한 부대에서 복무 중인 김모(21) 상병은 “할인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민간인들과 동등한 조건으로 적용해 달라”고 토로했다.

이에 연천군은 지난 3일부터 군 장병 승객에 대한 부당행위 관련, 택시운영 특별점검을 시행하고 있다.

복수의 지자체 관계자는 “숙박업소 업주를 상대로 친절 교육이나 위생상태 등에 관한 단속지도를 비롯해 정찰요금제로 운영되는 숙박업소에서 기재 사실과 다를 경우에 대한 과태료 부과 등 점검 활동을 해 오고 있다. 또 교통 민원 신속접수창구를 설치하고 군부대 순회버스 제안 등 장병의 민원을 적극 수렴해 개선해 가겠다”고 말했다.

/김태훈·홍성용·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