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식 인천시의회 의장. /사진제공=인천시의회

“경찰 나부랭이”, “우리 교육은 공산주의 교육”, “미추홀구 애들 욕 달고 다녀” 등 언행에 이어 얼마 전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하고 역사를 왜곡하는 내용의 인쇄물을 동료 의원들에게 배포해 논란이 됐던 국민의힘 소속 허식 인천시의회 의장이 본인 말과 행동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국민의힘은 당 윤리위원회에 허식 의장을 회부하기로 한 데 이어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5일 “국민들이 전혀 공감하지 않는 극단적인 혐오의 언행을 하는 분은 우리 당에 있을 자리가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5·18 민주화운동 관련 단체들까지 나서 허식 의장 제명을 요구하자, 의장 권위 아래에 불거졌던 구설수들을 수습하려면 의장직을 내려놓는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힘, 허식 의장 징계 여부와 수위 정한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당 사무처 시무식에서 “우리 당은 다양한 생각을 가진 많은 분과 함께 하겠지만 포용은 최소한의 기강을 전제로 한다”며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니 그런 언행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때마다 우리 당은 신속하고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전날 밤 한 위원장 지시에 따라 허식 의장에 대해 징계를 논의했고 당 윤리위원회 회부를 결정했다. 한 위원장은 시무식에서 허식 의장 이름은 직접적으로 입에 올리지 않았으나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논의를 거쳐 허 의장에 대한 징계 여부와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민주당, “개인의 일탈로 수습해선 안 돼”

이를 지켜보는 더불어민주당의 비판 수위도 점차 거세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은 “개인의 일탈로 볼 게 아니라 당 차원에서 반성을 나타내야 한다”며 의장직 사퇴를 포함해 당 내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면서 여당 전반적인 쇄신 작업을 주문하고 나섰다.

인천시당은 5일 논평에서 “국민의힘 조치는 허식 의장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꼬리 자르기’, ‘유체 이탈’로 사안을 넘어가려는 국민의힘의 행태에 심각한 우려의 뜻을 밝힌다”며 “광역의회 의장은 시도지사와 맞먹는 제2의 지방 권력이라는 평가가 있다. 지금 허식 의장 본인은커녕 국민의힘 그 누구도 사과와 반성의 태도를 보이는 사람은 없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은 역시 지난 4일 성명을 내고 “5·18 정신 헌법전문 수록을 찬성한 한동훈 비대위원장 입장은 반가운 일이나 최근 국민의힘의 5·18 왜곡과 폄훼는 그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며 당 차원의 진상 조사와 징계 착수를 요구했다.

▲5·18 단체 “5·18 왜곡 시의원 즉각 제명해야”

5·18 민주화운동 관련 단체들은 5·18을 왜곡·폄훼한 보수 일간지의 간행물을 시의회에 돌린 허식 의장을 용납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5·18민주유공자유족회는 5일 성명을 내고 “국민의힘은 5·18민주화운동을 왜곡하고 폄훼한 허식 인천시의회 의장을 좌고우면하지 말고 즉각 제명 조치하라”며 “인천 소재 한 특정 신문이 주장한 ‘5·18은 DJ세력·北이 주도한 내란’, ‘5·18 유공자 상당수가 5·18과 관련 없는 인물’이란 내용은 5·18을 왜곡 폄훼하는 행위다. 이는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제8조 제1항의 허위의 사실 유포 금지 행위를 위반하고 5·18 희생자 유가족과 피해자에게 정신적 피해를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5·18민주유공자유족회 지목한 해당 신문은 허식 의장이 인천시의원 전원에게 돌린 내용이다.

같은 날 5·18기념재단도 입장문을 통해 “허 의장은 애초 신문 구독을 담당하는 인천시의회의 부서에 구독을 지시했으나 거절당하자 비서실을 통해 해당 언론사를 찾아가 인쇄물을 가져오도록 명령했다”며 “해당 인쇄물을 동료 의원실에 배포한 것은 매우 비상식적이며 5·18을 폄훼하려는 허 의장의 의도가 다분하다”고 비판했다.

▲허식 의장 거듭된 구설수. 그동안 징계 이뤄지지 않아

인천시의회와 시의원 등에 따르면 허 의장은 지난 2일 인천시의원 40명에게 특정 언론사가 제작한 ‘5·18 특별판’ 인쇄물을 배포했다. 인쇄물의 1면 제목은 ‘5·18은 DJ세력·北이 주도한 내란’이다. 인쇄물 배포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이 항의하자 일부를 회수했다. 허 의장은 “동료 의원에게 참고하라고 신문(인쇄물)을 보낸 것은 맞다”면서도 “내용에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홍보실을 통해 공식 해명하기도 했다.

허 의장 발언 논란은 공식적으로 2022년 8월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에 반대한 일선 경찰을 ‘나부랭이’들이라고 비하한 게 첫 번째다

그는 당시 “당장 문재인부터 검찰 소환해라. 지금 당장 문재인부터 잡아넣어라. 가능한 모든 수단 동원해 구속하라. 경찰 나부랭이들 그때도 까불면 전부 형사 처벌해라. 이건 내전 상황이다”라는 내용의 글을 공유했다.

또 지난해 10월31일 인천시교육청이 연 ‘제2회 세계를 품은 인천교육 한마당 개막식’에서 축사하는 도중에는 “인천을 포함한 한국 교육 전반이 공산주의를 교묘하게 교육시키고 있다”고 말해 인천시교육청과 시민사회의 반발을 샀다.

지난해 12월19일 중구 상상플랫폼에서 열린 '제물포르네상스 대시민보고회'에서는 “지난주에 기자를 한 분 만났다. 자기는 청라 살다가 미추홀구로 이사 왔는데 두 가지 면에서 다시 청라나 송도로 가야겠다고 했다”며 “첫째는 애들이 초등학생인데 욕을 입에 달고 다닌다”고 입에 담아 미추홀구 폄하 논란을 빚었다.

한편 5일 유정복 인천시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허식 의장과 관련해 묻자 “윤리위원회 회부 소식은 들었다. 뭐라 말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고 말을 아꼈다.

/김원진·이창욱·이아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