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병 등 쓰레기 마구잡이로 버려져
청소노동자 “악취로 애 먹어” 토로
노숙인들 정신질환 등 증세 호소
시설입소도 거부…악순환 되풀이
▲ 추위를 피해 수원역으로 몰려든 노숙인들로 청소노동자와 이용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4일 오후 수원역 광장에서 한 노숙인이 짐을 챙겨 거처를 옮기고 있다. /김철빈기자 narodo@incheonilbo.com

노숙인 주취자들로 인해 지역 사회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알코올 중독이나 정신질환을 호소하는 노숙인에 대한 재활 치료 대책이 요구된다.

4일 오전 수원역 지하상가 인근. 노숙인들이 버린 각종 쓰레기가 나 뒹굴고 있다. 역사가 폐쇄되자 지하상가까지 밀려난 노숙인들은 밤새 술 파티를 벌였는지 곳곳에서 술병들이 보였다. 노숙인들이 쓰던 짐들이 역사 여기저기에 장기간 방치돼 있기도 했다.

지하상가 내 청소노동자 박모(54)씨는 “그나마 겨울은 좀 나은 편이다”라며 “그래도 악취가 심해 청소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고 토로했다.

수원시와 한국철도공사는 '노숙인 자립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수원역 노숙인 12명을 환경미화원으로 채용해 운영했지만, 근본적인 개선에는 한계가 따르고 있다.

여기에 주취 노숙인들의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게 되면서 노숙인 범죄가 사회적 문제로 번지고 있다. 지난해 5월28일 수원역에서 동료 노숙인의 얼굴을 소주병으로 내려친 5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술에 취해 다툼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노숙인보호센터 조사자료에 의하면 시 내 노숙인은 지난해 12월 기준 71명이다. 이중 45명은 거리 노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대개 노숙인 주취자들이 알코올중독이나 정신질환 증세를 호소하고 있지만, 시설입소를 거부하거나 재활치료에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숙인들이 시설 입소를 거부하는 데는 음주 행위 제한을 가장 큰 요인으로 보고 있다.

이해진 수원노숙인보호센터 팀장은 “노숙인 시설에선 음주 행위가 금지돼 있다 보니 입소 거부를 하는 경우가 많다. 또 각종 재활 프로그램이나 규칙에 따라야 하는 통제된 시설 생활에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시설에 입소했더라도 갑갑함을 느껴 잦은 이탈 행위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또 “사실 알코올중독이나 정신질환을 호소하는 노숙인들을 위해 많은 재활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지만 입원치료를 기본 전제 조건으로 하는 재활치료는 노숙인들의 협조나 자발적 의지 참여가 부족해 치료가 까다롭다. 특히 정신질환 노숙인의 경우 질병 자체에 대해 인식을 못 해 생명을 위협받는 극한의 상황이 아니고서는 강제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선 지역사회뿐 아니라 알코올중독치료센터 등 전문기관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 관계자는 “시에서는 알코올 전문 병원 등 재활기관들과 협약을 맺거나 노숙인 위기관리 사업팀을 통해 의료비 지원부터 각종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노숙인들의 치료까지는 쉽게 닿지 못하고 있다“며 “인권 문제나 자율성 침해 등의 문제들이 생겨나면서 지원사업을 강제로 이행할 수도 없는 일, 노숙인들의 인권 존중과 시민 불편 사이에서 시가 적절한 대안을 마련해 적극 풀어가겠다”고 답했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