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해윤 사회부 기자.
▲ 박해윤 경제부 기자

 

2년마다 돌아오는 전세계약 만료는 새삼 내가 사는 공간을 낯설게 한다. 지친 몸을 이끌 안락한 보금자리라는 느낌은 지워지고, 언제든지 나갈 수 있다는 불안감이 대체한다. 취향에 맞게 하나, 둘 사 모은 가구는 언젠가는 돈을 지불하고 옮겨야 할 골칫덩이가 된다.

혹여나 전세보증금을 과하게 올려달라 하진 않을까 주택임대차보호법을 찾아보고, 관련 정보를 검색해 내 상황과 일일이 비교도 한다. 전세금이 은행 소유라면 대출연장 여부 등 챙겨야 할 부분은 더 많아진다. 이 시기에 늘어나는 건 정보사냥 능력과 실체 없는 불안감이다.

대학 때만 해도 학교 측에서 제공하는 기숙사는 적어도 '돈의 논리'보다는 본가와의 거리, 학점 등 기준들이 작용했다. 하지만 취업을 하고 사회에 나와 월세, 전세, 자가 마련이라는 과정에 놓이면 수중에 가진 여윳돈이 힘의 원천이 된다.

그나마도 사기라는 악재를 비껴가야 하는 건데, 한 다리 건너면 전세 사기를 당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현시점에서 주거가 불안정한 사람들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살아가는 셈이다.

안타까운 점은 청년 독거 가구는 늘고 있지만, 이들이 터전을 잡은 인천 등 수도권에서의 삶의 질은 나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통계청이 펴낸 '한국의 사회동향 2023' 자료에서도 이런 상황이 여실히 드러난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청년 독거 가구의 반지하·지하·옥상 거주 비율은 3.24%로 인근 광역시(0.09%), 광역도(0.88%)에 비해 높다.

주거환경 만족도는 5점 만점 기준 3.57~3.96의 분포를 나타냈다. 전·월세 보증금 마련을 위한 청년 부채는 증가하는데, 소득은 되레 감소한다. 독거 청년들의 안타까운 자화상이다.

/박해윤 경제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