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 해경 인생 “치열하게 살아왔죠”

'1호 여성 해양경찰의 행복한 도전'

임용부터 퇴임까지 그녀의 삶 책으로

총경·두 아이 엄마로 포기않고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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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1호 여성 해양경찰  박경순 총경

'대한민국 1호 여성 해양경찰'. 오랜시간 그의 삶을 명확하게 정의했던 한마디다. 36년하고도 2개월간 전국 곳곳을 누비며 바다를 지켜온 박경순(사진) 총경은 지난해 6월 30일 정년을 마쳤다.

파도가 넘실거리던 바다에서의 삶을 뒤로하고 단단한 육지에 발을 디뎠지만, 왜인지 마음은 일렁이기만 했다. 묶여있는 선박들처럼 그 시간에 붙들리고, 붙들었다.

“헛헛했어요. 인생의 절반을 해경으로 살았으니까요. 동시에 너무 늦어지지 않게 자연인 박경순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죠. 저만의 방법으로 그 삶을 돌아보고 추억하고 때로는 위로하며 인생의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예상보다 늦어지긴 했지만 올해 첫 자기계발서를 출간하게 됐습니다.”

박경순 총경이 펴낸 <1호 여성 해양경찰의 행복한 도전>은 1986년 5월 해양경찰청 순경 공채시험에 합격해 대한민국 최초 해양경찰관으로 임용된 순간부터 정년퇴임까지 그가 걸어온 삶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여성으로서 어려움을 극복하고 총경이라는 최고의 자리에 오른 과정과 그 안에서 꽃피운 박경순만의 리더십, 그의 소소한 일상 등을 담백하게 풀어냈다.

“해경 박경순으로, 두 아이의 엄마로 당당하고 치열하게 살아왔어요. 끈질기게 노력하며 계속 문을 두드려왔죠. 이 책을 보시는 분들이 시행착오를 줄이고 더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으로 글을 썼어요. 저를 통해 자신감과 희망을 얻고 도전하는 분이 단 한 분이라도 계신다면 그걸로 만족합니다.”

그의 간결하고도 깊이 있는 글솜씨에서 알 수 있듯 책 집필은 처음이 아니다. 그동안 근무지인 바다를 주소재로 삼아 시인으로서 총 네권의 시집을 발간했다. 인천 토박이인 만큼 '연안부두', '배꼽산' 등 지역에 대한 애정 어린 시들도 들었다.

그는 “예전부터 문학에 관심이 많아 책도 많이 읽고 꾸준히 시론을 공부하고 시를 써왔다. 종종 시낭송회도 하고 있다”며 “시상이 떠오르면 메모를 하고 정리해 시를 완성한다”고 전했다.

그가 꺼내 보여준 수첩은 메모들로 빼곡했다. 매해 세운 목표들과 계획들도 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매년 20개씩 목표를 정하고 있어요. 때로는 이루기도, 그렇지 못할 때도 있죠. 하지만 몇 년 뒤에는 꼭 해내고 말아요. 포기하지 않고 노력했기 때문이죠. 내년에는 그림도 배우고 다섯 번째 시집을 발간하고자 합니다. 저의 행복한 도전은 멈추지 않습니다. 여러분도 용기 내 도전해보세요.”

/글·사진 곽안나 기자 lucete237@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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