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이선균씨가 3차 조사를 받기 위해 지난 23일 인천 논현경찰서에 출석하고 있다. /인천일보DB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아오던 배우 이선균(48)씨의 극단적 선택으로 경찰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가수 지드래곤(35∙권지용)이 ‘혐의 없음’ 처분을 받은 데 이어 이씨가 숨지면서 연예인 마약 사건은 ‘반쪽짜리’로 끝날 공산이 커졌다.

▲첫 조사 이후 2달 만에 주검으로

27일 인천경찰청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씨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한 공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시신은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졌다.

일각에서는 경찰 수사로 심리적 부담을 겪어온 이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씨 소속사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는 “이선균 배우가 오늘 세상을 떠났다”며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이 억울하지 않도록 억측이나 추측에 의한 허위사실 유포를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올해 유흥업소 실장 김모(29∙여)씨의 서울 자택에서 마약류를 투약한 혐의로 경찰의 수사선상에 올랐다.

지난 10월23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대마∙향정 혐의로 형사 입건됐고, 지금까지 3차례 소환 조사를 받았다.

이씨는 같은 달 28일 경찰에 처음 출석해 “이런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돼 많은 분께 큰 실망감을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진실한 자세로 성실하게 수사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마약류 정밀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

경찰은 그의 혐의를 입증할 직접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고, 김씨 진술이 유일한 정황 증거였다.

이씨는 이달 24일 19시간의 3차 조사를 마치고 “앞으로 경찰이 저와 공갈범들 가운데 어느 쪽 진술에 신빙성이 있는지를 잘 판단해주길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반쪽짜리로 끝난 연예인 마약 사건

이번 마약 사건이 세간의 주목을 받은 건 유명 연예인 이씨와 권씨가 연루됐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씨가 숨지면서 경찰은 그의 마약 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할 수밖에 없게 됐다.

앞서 권씨의 마약 사건에 대해서는 ‘혐의 없음’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아울러 이씨는 마약 사건 피의자이면서 공갈 사건 피해자이기도 했다.

경찰은 이씨를 협박해 3억5000만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는 유흥업소 실장 김씨와 공범 A(28∙여)씨에 대한 수사를 계속 이어갈 전망이다.

경찰은 내부적으로 공갈 사건을 해결한 뒤 연예인 마약 사건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상태다.

인천경찰청 관계자는 “이씨가 숨져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고인의 마약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할 예정이고, 공갈 사건은 계속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로이터와 AP 통신 등 주요 외신도 이씨 사망 소식을 다루고 있다.

외신들은 이씨가 대표작 ‘기생충’을 비롯한 다양한 작품에서 넓은 연기 스펙트럼으로 주목받았다고 소개하면서도 한때 건실한 이미지의 배우로 유명했던 그가 마약 투약 혐의 조사 이후 TV 드라마와 광고 등에서 하차했다고 보도했다.

/박범준∙이나라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