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창규 인천광역시 의정회 회장
▲ 박창규 인천광역시 의정회 회장

최근 때아닌 메가시티 논쟁이 뜨겁다. 선거철만 되면 여기저기서 기발한 발상들이 마구 쏟아진다. 정제되지 않고 숙고 되지 않은 휘발성 아젠다들이 불쑥 나왔다 사라진다. 우리나라는 지방발전의 균형화를 꾀한다고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고령화 저출산' 등 대한민국의 소멸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천지를 진동한들 이제는 무감각해질 정도다. 온갖 처방을 내놓아도 치유가 안 되는 만성질환에 걸린 형국이다. 삶의 근본이 흔들리는 가운데에서도 생존을 위한 노력은 끊임없이 시도해야 한다.

역경과 고난 속에서도 성공하는 사람의 공통점은 회복탄력성이 높다는 것이다. 아우슈비츠 죽음의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빅터 프랭클 정신과 의사는 죽음을 눈앞에 두고도 삶의 의미를 찾는 사람은 살아날 수 있다고 하였다. 우리 인천 시민의 삶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보이게 될지 자못 궁금해진다. 인공지능, 과학기술이 인간 삶을 빼앗는 시대에 인천시가 미래지향적으로 내놓는 정책과 제도가 민생의 삶에 녹아들지 않아 안타깝다.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을 처음 출시할 때, 기능보다는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인문학적 사고로 접근했다. 기술적 우위보다 인간적인 디자인을 우선으로 하였다.

인천시가 보여주기식 성과보다는 사람을 우선하는 근본적인 제도를 디자인하기 바란다. 우리 인천을 사람이 편하게 숨 쉬고 인간답게 지낼 수 있는 공간으로 디자인하자. 뉴욕과 파리, 런던, 도쿄 등 세계 대도시들은 사람을 우선하는 공간을 디자인한다. 도심 속 수 많은 크고 작은 공원들, 도시를 가로지르는 우람한 다리들,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는 습지들, 이러한 자연 친화적인 도시의 공간들이 부러움의 대상이 되어 관광지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인천시가 추구해야 할 미래는 사람을 우선으로 하는 공간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려온 인천 시민의 고단함을 달래 줄 시기가 왔다.

인천시가 추구해야 할 미래는 자연과 역사문화를 유지하고 보완하여 발전시키는 것이다. 역사문화와 자연을 아우르는 관광산업이 인천의 새로운 동력이다. 최근 인천시가 송도유원지 테마파크사업과 도시개발사업의 정상화 방안을 찾기 위해 고심 중이라는 소식이 들려왔다. 송도유원지는 중고자동차 야적장으로 사용돼 황폐해진 지 오래다. 송도유원지를 기점으로 광활한 야적장을 인천의 도심 속 공원으로 새롭게 단장하자.

송도유원지 길목에 있는 능허대를 재현하여 역사적 체험 공간을 시민들에게 보여주자. 능허대가 있어 인천은 고대에서 지금까지 문물이 오가는 항구로서의 명성을 지니는 계기가 되었다. 외국 사신과 문물이 오가던 능허대의 역사적 의미의 연장선이 오늘날 인천공항이라 할 수 있다. 인천공항을 드나드는 세계인들이 인천으로 오는 첫 길목이 인천대교이다. 인천대교를 서해 바다를 즐기고 자연의 풍미를 느낄 수 있는 관광명소로 디자인하자.

인천대교를 타고 송도신도시로 들어서다 보면 다리 끝쪽에 돌산이 보인다. 이 돌산을 황량한 체로 버려둘 것이 아니다. 이곳 역시 송도유원지의 도심 속 공원화의 한 축으로 삼아 시민들이 산책하고 나들이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세계 도시들은 영어식 약칭이 있다. 예를 들면, 뉴욕은 'NYC'로, 로스앤젤레스는 'LAX'로 암스테르담은 'AMS'로 불린다. 인천은 'ICN'이다. 이 명칭을 크게 하여 돌산이 제일 잘 보이는 곳에 만들어 보여주자. 'I Love ICN'이다. 관광 자원화한 돌산을 다른 이름으로 네이밍하자.

인천의 미래는 자연과 인간이 서로 조화롭게 디자인된 공간의 삶에 달려 있다. 메가시티의 양적 팽창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의 시민들이 삶의 의미를 되찾는 공간을 창조해가야 한다. 송도유원지의 명성을 살려 준 도심 속 공원과 능허대의 역사적 유물, 그리고 돌산과 인천대교가 하나가 되어 인천을 상징하는 꿈의 관광지대를 현실로 디자인하자.

/박창규 인천광역시 의정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