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지섭 사회부 기자
▲ 안지섭 사회부 기자

한적한 산책로와 낡은 공중 화장실. 지난 14일 아침 인천 중구 연안부두 바다쉼터에서 본 장면이다. 주민이나 관광객이 많이 다녀가는 친수공간이라고 하기엔 초라한 모습이었다.

이곳에 있는 공중 화장실 1곳을 철거하는 것을 반대하는 주민 서명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처음에는 의아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현장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는 생각이 달라졌다. 예상보다 많은 주민과 노동자들이 이 화장실을 이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화장실을 둘러싼 주민과 지자체의 갈등에 무엇이 쟁점인지 알기 위해 350m쯤 되는 쉼터 산책로를 둘러보고 있을 때, 주변 유류업계 종사자들과 소규모 선박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만났다. 그들은 근심 어린 표정으로 기자에게 물었다.

“정말 화장실을 철거하나요. 화장실 사라지면 갈 곳이 없어지는데요.”

이 주변에는 해양환경공단 인천지사와 인천해양수산청 항만지원센터, 인천세관 등 공공기관 건물 3곳이 있지만, 일부는 문이 잠겨 있고 공간이 협소해 이 화장실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들의 이야기였다.

연안부두 바다쉼터는 2010년 구가 인천항만공사(IPA)로부터 무상으로 빌린 부지이며, 올해 임대차 계약이 종료돼 내년 1월이면 IPA에 반환된다.

이 작은 쉼터는 몇 년 후 첨단 중고차 수출단지 '스마트 오토밸리'가 들어서는 부지에 포함돼 있다.

서명운동을 벌인 주민은 이날 현장에서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다. 행정에서 이곳을 이용하는 주민과 노동자들의 의견을 듣고 어떻게 해야 할지 함께 논의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무작정 편의시설을 철거하고 만들어진 스마트 오토밸리가 좋게 보일 리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행정이 현장의 목소리를 조금 더 귀 기울여 듣고 같이 논의했더라면 조금 더 나은 상황이 벌어지지 않았을까.

/안지섭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