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선웅 인천문화재단 이사∙판화가.
▲ 홍선웅 인천문화재단 이사∙판화가

이종구 문화재단 대표이사가 임기를 남겨놓고 돌연 사의를 표명하였다.

인천시는 재단에 대한 복무 감사 이후 재단 조직개편과 시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해온 아트플랫폼 계약 종료 등 재단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여 왔다. 더군다나 지난 7월에는 시의 고위 관계자로부터 사직서를 제출하면 임기를 보장해주겠다는 의사 표시까지 받았음에도 12월 말로 임기를 끝내도록 종용해온 것은 문화재단의 독립성을 흔드는 후진적인 시정행위라고밖에 볼 수 없다.

이종구 대표는 민중화가로서 전국적인 대표성을 지닌 예술가이다. 일찍이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을 받았으며, 현재는 뉴욕메트로폴리탄미술관에서 김환기, 박수근 작가 등과 함께 한국미술특별전에 전시 중이다. 필자가 문화재단 이사로 있으면서 지켜본 이대표는 누구보다 정치적 중립성을 지니며 직무를 수행한 분이다. 앞으로 인천에서 이만한 인성과 예술가로서의 덕목을 지닌 인물을 재단대표로 모실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유정복 시장은 진영논리를 떠나 문화재단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대표이사의 사직서를 반려하여 남은 임기를 보장해 주어야 한다.

지난 9월 인천아트플랫폼에서 문화관광분야 시민대토론회가 있었다. 유정복 시장은 “항만시설물에 대한 시장조사를 마치고 문화공간에 대한 재생사업이 어느 정도 가능한지 연구 중”이라고 설명하였다. 제물포 르네상스 프로젝트와 연관된 공식적인 설명회이다.

그런데 이후 들고나온 것이 아트플랫폼의 위상변화와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폐지이다. 아트플랫폼을 미술가들의 전시공간 중심에서 시민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이유이다. 축제이벤트를 하고 야간관광을 특화해 아트플랫폼 기능을 관광 콘텐츠로 집중시키겠다는 것이다. 인천 미술인들의 입장에서 보면 청천벽력 같은 날벼락이다.

시립미술관이 없는 인천에 아트플랫폼은 15년 전부터 인천미술의 대표성을 지니며 인천 미술인들의 고향과 같은 곳이 되었다. 그곳에서 전시하고 토론하며 성장한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국제적인 미술문화의 진지로 이미지가 구축되었는데 그 이면에는 레지던시 프로그램도 한몫 거들어 주었다. 좋은 작가들이 모여 교류하고 창작활동과 내용을 인천 시민에게 발표하며 인천을 예술 도시로 트랜드화 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이다. 그래서 외부의 문화예술인들에게 인천은 차이나타운보다 오히려 인천아트플랫폼을 먼저 떠올리게 한다. 일부 콘텐츠 전문가나 지식인들이 관광을 명목으로 아트플랫폼의 위상을 쉽게 저평가하지만 시민의 문화향유권은 상품화한 소비공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전문성 있는 예술가들의 성숙한 작품과 시민과의 교감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필자는 제물포 르네상스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원도심인 제물포와 동인천 지역이야말로 기반시설의 노후화와 교통불편 등으로 주민 삶의 질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는 곳이다. 그래서 도시재생사업은 누가 시장이 되든 우선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지금 보면 너무 조급해 보인다. 원도심에 통합플랫폼 기능을 수립하고 미래성장산업을 유치하며 디지털혁신거점을 조성한다는 구상은 십수 년에 걸쳐 추진해야 할 큰 사업이다. 원도심, 문화관광, 산업경제, 내항개발 등 4대 전략과제를 통해 이루어지는 도시재생 프로젝트는 금방 성과가 드러날 일이 아니다. 성과가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15년간 잘 다듬어 놓은 아트플랫폼에 먼저 손을 대는 다급함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오히려 인천아트플랫폼 전시기능을 확대하여 미술인들의 창작활동 범위를 넓히는 기획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또한 주변에 소재한 상상플랫폼을 국립현대미술관 수장고형 인천분관 전시장으로 만들고 리모델링한 재생 건축물 중에서 어린이미술관을 만들어 인천미술 중심지로서 확대하는 것이 더 바람직해 보인다.

/홍선웅 인천문화재단 이사∙판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