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안실 누워있던 아들, 손 못 잡아준 게 가슴 아파”

49재 이후 1여년간 기록 담아
책임자 처벌·진실 규명 아직 요원
피해자들 트라우마·2차 가해 고통
“그날 진실 밝혀질때까지 가겠다”
▲ 10·29이태원참사 수원대책회의는 19일 오후 7시 수원시 팔달구 남문 메가박스에서 10·29 이태원참사 1주기 다큐멘터리 영화 '별은 알고 있다' 상영회 및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했다.
▲ 10·29이태원참사 수원대책회의는 19일 오후 7시 수원시 팔달구 남문 메가박스에서 10·29 이태원참사 1주기 다큐멘터리 영화 '별은 알고 있다' 상영회 및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했다.

이태원·세월호 등 재난·참사피해자들이 트라우마와 2차 가해 등으로 고통받고 있는데도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여전히 묘연하다. 이로 인해 피해자·유가족들은 추가 피해를 입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19일 오후 7시 수원시 팔달구 남문 메가박스에선 10·29 이태원참사 1주기를 추모하기 위한 다큐멘터리 영화 '별은 알고 있다' 상영회 및 관객과의 대화가 진행됐다.

이날 상영회는 수원 출신 참사 희생자 고(故) 김의현씨 어머니 김호경씨와 중국에서 한국에 온 지 10여년 된 고(故) 함영매씨 오빠 함일송씨를 비롯해 수원시민과 지역활동가 등 50여명이 참여해 함께 관람했다.

10·29이태원참사시민대책회의가 제작한 영화는 '갔다 올게'라는 말을 남기고 집을 나선 159명이 서울 이태원 한복판에서 희생된 이후 49재를 지낸 기간부터 참사 1년여간의 여정을 기록한 내용이다.

정부가 위패·영정 없는 분향소를 세우고, 책임자 처벌과 진실 규명 등에서 제 역할을 못 하는 동안 남은 희생자와 유가족들은 트라우마와 2차 가해 등 고통에 시달리면서도 그날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온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1시간여 영화를 본 관람객들은 코를 훌쩍거리거나 눈물을 훔치는 모습을 보였다.

영화가 끝난 후 관람객과의 대화에서 참사 후 기억을 묻는 질문에 김호경씨는 “만지지 말고 신원만 확인하라고 해 영안실에 누워 있던 아들 손을 못 잡아준 게 지금까지 가슴 아프다”며 “참사 직후 정부가 자랑스러운 아들을 이름도, 영정도 없는 아이로 만들어버려 용납할 수 없었다”고 소회를 털어놨다.

이어 “그날의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끝까지 가겠다”며 “특별법이 통과돼 159명 희생자 명예 회복과 진실 규명을 위해 싸우는 데 함께 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함일송씨도 “참사 전후로 많은 게 바뀌었다”며 “시민들이 연대해주고 기억해 주는 게 가장 큰 힘이 됐다. 참사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힘내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했다.

이태원뿐 아니라 충북 오송지하차도, 세월호 등 끊임없이 발생하는 재난·참사 희생자와 유가족들은 시간이 지나도 공통적으로 트라우마와 혐오·차별로 인한 2차 피해를 겪고 있다.

하지만 국민 안전 책임을 져야 하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책임자 처벌이나 진실 규명 등 재난·참사피해자를 위한 대책 마련에 소극적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재난피해자 권리보호를 위한 인권 가이드라인'을 권고했지만 이마저도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정부와 지자체 역할 부재로 재난·참사피해자들은 최근 자발적으로 연대를 구성해 대책 마련을 구상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16일 삼풍백화점, 씨랜드 화재, 가습기살균제, 세월호 등 8개 참사 유가족·관계자 120여명이 모여 재난·참사피해자연대 발족식을 개최했다.

또 이들을 중심으로 내년 1월쯤 재난·참사피해자를 위한 '재난피해자권리센터'도 설립될 예정이다.

/글·사진 김혜진 기자 trus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