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해체되면 선수 30명 직장도 잃어

 

▲ 창단한지 16년 된 양주시민축구단이 내년도 예산이 전액 삭감돼 해체될 위기에 처했다. 사진은 선수들이 골을 넣고 기뻐하는 모습. /사진제공=양주시민축구단

양주시민축구단이 사실상 해체수순에 들어갔다.

올해 K3리그에서 K4리그로 강등된 이후 내년도 예산마저 전액 삭감됐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운영비 부족으로 내년도 K4리그 참가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창단 16년 만에 문을 닫게 된다.

19일 시와 의회에 따르면 시는 내년도 본예산에 양주시민축구단 지원비 5억원을 반영해 의회에 제출했다.

예산은 도비 5000만원과 시비 4억5000만원으로 책정했다. 이는 전체적으로 전년보다 1억원이 줄어든 금액이다.

그러나 의회는 시·도 매칭 지원비 1억원과 운영비 4억원 등 총 5억원의 예산을 모두 삭감했다.

정현호 예산특별위원장은 “개인적으로 예산을 삭감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의원들의 생각은 달랐다. 대부분의 의원은 K3리그를 그들만의 리그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올해 추경예산도 힘들게 통과시켰다. 내년도 예산은 의원들이 긴축재정으로 부담을 느낀 것 같다. 의원들의 생각을 바꾸려고 노력했는데 잘 안됐다”고 밝혔다.

소식을 접한 구단은 침통한 분위기다.

구단 관계자는 “예산을 많이 달라고 하는 것도 아니다. 내년도 예산은 최소비용으로 올렸다. 그런데도 최소한의 비용까지 승인을 안 해줬다. 해도 너무한다”면서 “의회는 정당하게 예산을 분배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예산을 갖고 자꾸 흔들어대는 것 같다. 더구나 예산을 삭감하겠다고 미리 알려주지도 않았다”고 불쾌해했다.

그러면서 “팀이 해체되면 선수들이 직장을 잃게 된다. 현재 선수단 30명과 계약까지 끝냈다. 오늘(19일) 이사회의를 열어서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지금으로선 딱히 돌파구는 없지만, 나름대로 구단을 운영해보려고 한다. 자체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지 등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양주시민축구단은 지난 2007년 창단했다. 당시 대한축구협회가 K3리그를 시범 운영할 때였다.

이후 양주는 2008년 K3리그 초대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2011년엔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 뒤 이렇다 할 성적은 내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 2021년 하나은행 FA컵 16강전에서 국내 최강팀 전북 현대를 승부차기 끝에 꺾고 8강에 진출했다. 8강에선 울산 현대에 졌다.

올해는 K3리그에서 15개 팀 중 4승 7무 17패로 최하위를 기록해 K4리그로 강등됐다. 경기 북부에선 K3·K4리그에 참가한 팀 가운데 가장 오래된 전통명문구단이다.

/양주=이광덕기자 kd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