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미술가 한원석 작가 '不二火'
음악가 시율과 결합…생명의 음악 표현
복합문화공간 금호알베르서 내년 1월14일까지 전시
시율, 변증법적 원칙 깨달은 바흐의 '푸가' 재해석
▲ 기획전 ‘不二火’ 포스터. /포스터제공=금호알베르

이례적인 자연현상을 관찰하고 염려하는 작가와 음악가 그리고 공간이 있다.

설치미술가 한원석은 2003년 담배꽁초 73000개로 만든 작품 <악의 꽃>으로 데뷔, 2006년 자동차 폐헤드라이트 1374개를 쌓아 만든 첨성대를 재현한 '환생'을 비롯해 2008년 폐스피커 3088개로 에밀레종으로 알려진 선덕대왕신종을 재현한 '형연'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재와 현대미술을 동시에 아우르는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원래 그 존재가 하나인 인간과 자연이 부조화로운 환경적 관계를 맺어온 것을 탄식하고 고발하며 다시금 조화로움을 찾고자, 지속해서 버려진 폐기물을 재료로 설치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기후변화 (Climate Change)는 지구 온난화(Global Warming)를 지나 그 어감의 약조를 넘어 지구 가열화 (Global Heating)를 외치고 있다. 극적인 더움과 추움을 경험하며 우리는 가히 들끓는 지구 (Global Burning)에서 몸부림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도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인류는 우리가 하나의 지구안에 있고 지구가 우리 안에 있음을 잊은 채 300년 이상의 습관속에 여전히 살고 있다.

한원석은 '진리의 근원은 하나라는 것을 망각한 상황'에 주목했다.

음악가 시율은 전통과 현대성의 모순을 결합하는 과정에서 내재해 있는 변증법적 원칙을 깨달은 바흐의 푸가를 재해석했다.

푸가의 어원은 라틴어 fugare (쫓다), fugere (쫓기다)이다. 즉 한 성부가 다른 성부에 이어서 선율을 모방하는 것과 같다 해 지어진 이름이다.

작가 한원석과 음악가 시율은 마치 푸가의 어원처럼 행동한 기획전 '不二火(불이화)'를 서울 금호알베르에서 진행중이다.

이들은 예술경계안에서 서로를 쫓고 쫓기며 대위를 이뤘고 대화를 이어갔다. 작가가 제시한 주제에 반응하는 음악가는 변주하며 푸가를 이룬다.

더블베이스, 오르간, 일렉트로닉 피아노, 일렉트로닉 하프 4성부 구성으로 다 타버린 심장, 마지막 남은 불꽃으로부터 다시 피어오르는 생명의 음악을 표현한다.

이 두 다른 예술가가 진흙빛으로 변해버린 우리들의 실체 앞에서 연주한 대위법은 헐벗은 알베르 공간을 가득 채운다. 껍데기만 간신히 남아버린 알 몸 안에 가득 번지는 붉은 빛의 진동을 느껴보자.

한원석 작가는 버려진 종이관을 활용해 마름모 형태의 심장을 설치하고 이에 맞춰 음악가 시율은 맥동하는 음악, 14분, 2023을 선보였다.

한원석 작가는 “쓰레기에 불과한 종이관이 예술로 인해 생명력의 상징인 심장이 됐듯, 목욕탕 그리고 교회로 쓰이던 금호알베르가 이제는 하나의 울림통이 돼 공간이 아닌 메시지를 전달하는 생명체처럼 느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1월 14일까지 이어진다.

/최남춘 기자 baikal@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