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민규 전 서울외대 겸임교수·전 경기도의원
▲ 추민규 하남교육포럼 대표

교육 이슈 중에서 핫한 소재가 대입제도 개편이다. 논란의 불씨는 늘 진행형이다. 2028 대입 개편 시안이 교육계, 학부모 연합 등 각계의 의견이 어느 정도 반영될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수능과 내신' 상대평가라는 지금 입시의 큰 틀을 바꾸기에는 힘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대입 개편 시안과 의대 증원, 그리고 자사고 선택

고교 선택을 고민하는 이유 중 대부분은 대입에서의 유불리다. 고교 내신 5등급 체제 변화는 그동안 내신 경쟁에서 불리했던 자사고 학생들에게 내신 성적 부담을 덜어주는 측면이 있다. 더욱이 수능 중심 정시 비중 40% 유지 방침은 여전히 '정시 올인'이 가능하다는 사인을 시장에 던져주는 등 논란도 가중되고 있다.

만약 쉬운 수능 정책으로 고득점 동점자가 증가해 의대 정시를 뚫기가 불확실해진다면, 의대 진학을 희망하는 수험생 입장으로는 수시와 정시를 동시에 노려야 하는 상황이므로 일반고가 유효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의대 대폭 증원 방침'에 관한 이슈도 눈여겨봐야 한다. 의대 증원 규모와 발표 시기는 의사협회 등 의료계와 협의 중이지만 기본적으로 점차 확대하는 것으로 예측된다.

지역을 거점으로 한 소규모 의대 중심으로 의대 정원을 늘리는 방안이 좋다고 볼 수 있는데, 지역 학생을 위한 대안도 마련해야 하는 등 논란도 진행형이다. 기존처럼 의대 전문대학원을 확대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는데, 윤 정부엔 전문가가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도 있다.

 

고교학점제와 고교 내신 5등급제, 일반고 vs 자사고 선택

내신 상대평가 9등급제에서 내신 상대평가 5등급제로의 전환은 여러 가지 해석을 낳고 있다. 절대평가를 병기하자면, 아무래도 상대평가에 눈길이 쏠릴 수밖에 없다. 이는 내신 등급 범위가 넓어져서 예전 내신 2등급 학생은 거의 1등급이 되고, 예전 3등급 전부와 4등급 일부까지도 2등급이 된다. 서울 소재 11개 상위권 대학 기준(2024 대입 정원 내 기준)으로 수시 교과 전형과 학생부종합전형 등의 모집인원을 합하면 약 1만5000명 내외가 된다. 상위 11개 대학 기준으로 수시 결과를 살펴보면, 종합전형에서의 예외적인 결과는 종종 발생하나, 상위권 대학 대부분은 현 내신 1등급에서 2등급 초중반까지의 학생들이 대거 합격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내신이 완화된 것은 맞는다고 할 수 있으나, 수시전형에서의 내신 1등급은 여전히 수험생들에게 강박으로 작용할 것이 뻔하다. 따라서 대입 수시전형을 염두에 둔 수험생들이 자사고 등을 지원하는 경우는 진학 후 내신 관리에 어느 정도 자신 있는가도 꼼꼼히 따져보면서 지원 선택해야 한다.

'심화 교과 선택과목'들이 자사고에 더 많이 개설돼 있어 대입에 유리할 것으로 속단하는 경우가 있는데, 심화 교과 선택과목은 점차 일반고에서도 활발히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즉 선택과목으로 일반고, 자사고 등을 구분하는 시대는 거의 지났다고 생각하면 쉽다.

 

미완성인 대입 개편안과 고교 선택이 갖는 의미

대입 개편 시안은 말 그대로 '시안'이라서 미완성이라는 사실은 맞다. 교육계, 학계에서도 수능 과목의 출제 범위 또는 상대평가, 절대평가 방식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당장 고교 선택을 앞둔 중등 수험생들과 학부모의 입장은 일련의 입시변화들에 난감해하고 있으나, 이는 흐름대로 가려는 생각보단 본인의 입장에서 판단하는 것이 옳다.

교육 당국은 수험생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숙고하고, 사교육의 문호 개방이 아니라, 공교육의 활성화에 큰 보탬을 주는 올바른 대입 개편안을 발표해 주길 필자는 바란다.

/추민규 하남교육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