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운수 오진 날' 감독 필감성

살인마 유연석 VS 택시기사 이성민
한정된 공간서 벌이는 10부작 스릴러

OTT 첫 진출작…공포여행으로 초대
"차에서 찍을 수 있는 건 다 보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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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수 오진 날' 스틸컷 /사진제공=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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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티빙

좁은 택시 안에서 우연히 마주친 손님이 연쇄 살인마란 걸 알게 된다면 어떨까. 심지어 그와 단둘이 4시간의 장거리 여정을 떠나는 중이라면, 아찔함을 넘어 형언할 수 없는 공포감에 휩싸이지 않을까.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운수 오진 날'이 공개된 이후 꾸준히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동명 웹툰 원작의 '운수 오진 날'은 평범한 택시 기사 오택(이성민 분)이 우연히 연쇄 살인마 금혁수(유연석 분)를 손님으로 태우며 시작되는 10부작 스릴러다.

'운수 오진 날'은 영화 연출을 주로 맡아왔던 필감성 감독의 첫 드라마, OTT 진출작이다.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필 감독은 “항상 '캐릭터'에 끌린다”며 영화가 아닌 OTT로 돌아온 이유를 “(영화보다 러닝타임이 긴) OTT라면 캐릭터의 흐름을 잘 보여줄 수 있어서”라고 말했다.

웹툰 원작의 작품을 선택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그는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스릴러 10부작을 통해 '하루 안에 벌어지는 이야기를 어떻게 (표현)하지?'라는 큰 도전 의식이 들었다”며 “한 번도 본 적 없는 드라마 형식을 해보고 싶다는 게 컸고, 평소 로드 무비를 좋아했는데 로드무비 형식과 스릴러가 합쳐진 느낌이 흥미로웠다”고 설명했다.

긴 호흡의 드라마로 제작하며 오택의 다채로운 이야기를 넣는 등 원작과의 차별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오택이 왜 이런 사건에 말려들었고, 어떤 감정을 겪어 다시 만나는가를 우선 중점적으로 다뤘다”며 “또, 황순규(이정은 분)의 이야기를 끌어들여 세 명이 충돌하며 만나는 리듬감과 에너지를 만들어가려한 게 원작과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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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수 오진 날' 스틸컷 /사진제공=티빙

악역 금혁수를 제대로 표현해보고 싶었다던 필 감독의 바람은 캐스팅한 배우들의 열연으로 극중 모든 캐릭터가 살아나며 기대의 200% 이상으로 실현됐다.

필 감독은 “첫 러브콜 한 배우들이 다 응해줘서 '이게 맞나?' 싶기도 했다”며 “특히 황순규는 원작에 없었다. 처음 받아본 대본엔 남자였는데 자칫 오택의 부성애와 겹치는 측면이 있을까 우려돼 여성으로 바꾸며 작가들과 '이정은 선배 같은 배우를 캐스팅하면 어떨까' 이야기했었다”고 말해 놀라움을 안겼다.

오택 역도 처음부터 이성민 배우를 염두에 두고 완성한 캐릭터였다. 필 감독은 “천하의 순둥이 아저씨부터 딸과 부인을 다 잃고 바닥을 쳐서 점점 금혁수를 닮아가고, 끝까지 복수의 화신으로 변해가는 엄청난 감정의 스펙트럼을 누가 가장 잘 보여줄 수 있을까. 이성민 배우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택시 안에서 진행되는 이야기가 긴 만큼 다양한 촬영기법을 활용한 연출에도 신경을 썼다. 필 감독은 “3회까지는 계속 택시 안에 있어서 최대한 단조롭지 않게 하는 게 챌린지였다”며 “배우들의 연기에만 의존할 수 없어서 차에서 찍을 수 있는 건 다 해본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택시 안 장면은 LED 버츄얼 스튜디오, 그린 매트, 렉카 등 다양한 방법으로 촬영해 탄생했다.

파트1이 오택의 운수 오진 날을 최악의 날로 만들어가는 흐름과 황순규가 따라붙어 금혁수를 쫓는 긴장감을 다뤘다면, 원작에 없던 파트2는 오택이 '얘의 정체를 밝혀내 복수를 할 수 있을까'하는 다른 결의 드라마를 다루며 뻔하지 않은 복수극을 완성해 나갔다.

오택의 복수극을 다루며 감독이 전하려 한 메시지는 '결국 승리하는 건 착한 마음'이다. 필 감독은 “작품평 중에 오택의 결정이 답답하다는 반응이 있었는데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시원하게 갚아주는 장면들이 나온다”며 “선배님들의 쟁쟁한 연기를 보면서 즐겨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운수 오진 날'은 지난달 24일 티빙을 통해 Part1(1~6화)이 공개된 후, 지난 8일 Part2(7~10화)가 공개되며 10부작 전편이 공개됐다.

/박지혜 기자 p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