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상근부회장.
▲ 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상근부회장.

토머스 모어의 저서 <유토피아>에서 시작된 유토피아(Utopia)의 어원은 ou(no)와 topos(place)의 합성어다. 지상에는 없다(no place)는 이상향이라는 뜻이다. 고대부터 국가 지도자만이 약속하며 등장한 말이다. 이집트의 파라오, 빵과 서커스를 공짜로 주겠다고 한 카이사르, 노동자와 농민의 천국을 만들겠다고 한 공산 정권들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대체로 지도자가 권력 유지·획득을 위한 구호로 결국은 속임수가 되었다.

경영·경제 분야의 세계적인 대가인 피터 드러커의 한국 전문가인 이재규 교수의 유토피아와 사농공상의 체계 분석이 흥미롭다. 권력의 정점인 제왕이 유토피아를 만들어 두면, 따르는 정도에 따라 사회적 계급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왕을 믿게 만드는 정치가, 학자, 교수, 종교지도자 계급이 사(士)이다. 농(農)은 농사에 필요한 자연은 하늘이며, 왕은 하늘이라고 해도 믿는다. 자연재해조차도 명분을 씌우면 믿는 계급이다. 공(工)은 자연에 있는 것으로 뭔가를 만드는 계급이다. 갑자기 부자가 되고 하니 제왕과 권력은 눈엣가시가 된다. 백성을 일하기 편하고, 힘이 덜 들고, 위험하지 않게 하여 주는 진정한 유토피아다. 그리고 재물도 생긴다.

마지막 상(商)이라는 계급이다. 농과 공이 만든 것을 가지고 이곳저곳, 국경을 넘어 오가며 재물도 축적한다. 다른 지역, 다른 나라에서 본 '또 다른 유토피아'를 돌아와서 퍼뜨린다. 권력집단에 많은 미움을 산다. 사극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상인을 사악한 집단으로 공격하는 대목들이 자주 눈에 띈다. 재물이 필요할 때는 손을 벌리기도 하지만 곤경에 빠지면 반역으로 지목하는 것을 서슴지 않는다. 정치적 싸움에서는 상대편 상인 재물의 출납 기록 장부인 치부책을 찾아 상대를 섬멸하기도 한다.

사회적 계급은 권력 정점인 제왕과의 거리이다. 사농공상을 '왕사농공상(王士農工商)'이라면 거리가 선명하게 보인다. 현대에는 어떤가? 실제적인 유토피아를 만드는 공상의 기업을 사회가 대하는 것을 보면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기업 취업을 회피하게 하는 달콤한 정치와 정책을 남발하기 때문이다.

먼저, 세계적 수준의 기업가들을 법정에 세운다. 국감장에도 불러낸다. 정의라는 명분으로 조롱 수준의 돌림도 한다. 여전히 권력이 공상(工商)을 눌러댄다. 공상의 취업보다는 권력 진입이 훨씬 매력적이다.

둘째, 기업 현장에서 일어나는 재해급 사고의 문책도 보자. 무조건 정점에 있는 사업가에게만 철퇴를 가한다. 무조건 잡아 가두고 한풀이를 한다. 그러나 재해 원인을 보면 개인 부주의와 집중력 부족도 크다. 대개가 성장 과정에서 가정과 학교를 거치며 만들어진 습관이다. 사회생활의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고 훈련시키지 않은 부모·교사도 책임져야 한다. 마녀사냥식으로 여론에 밀려 입건하고 구속하며 재판한다. 누가 기업에 가고 싶겠는가? 공상의 아픔이다.

셋째는 제일 무서운 것으로 청년층을 겨냥한 달콤한 유토피아 남발과 반복이다. 대가 없는 돈이 문제다. 몇 차례 반복되면 길드니 취업을 애써 피하기도 한다. 알바만 해도 최소한의 벌이가 있는 데도 피한다. 지원자의 활동 중에 치열한 알바 경험을 최고의 스펙으로 쳐준다고 해도 듣질 않는다. 달콤한 공짜 돈이 기다리고 있으니 그렇다. 반복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내 몸이 새겨진다. 마약 중독과 같다.

마지막으로 학교 교육에서 날리는 유토피아를 보자. 힘들다고 공부 과목 수를 줄인다. 경쟁과 협력을 배우는 스포츠 활동도 흉내만 낸다. 단단함을 검증하는 압박면접을 못 하게 한다. 힘들다며 근무시간을 줄이려고만 한다.

정치의 계절이다. 선거를 앞두고 있다. 여기저기서 유토피아를 말할 것이다. 유토피아는 내가 스스로 세상의 두려움을 맞설 수 있을 때 만들어진다. 정치와 돈이 만들어 주질 않는다. 치열한 일자리가 있는 공상(工商)의 현장이 중요하다.

/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상근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