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은경 탐사보도부장(부국장).<br>
▲ 이은경 경제부장∙부국장

김포에서 쏘아 올린 서울편입이란 공이 구리, 하남, 고양, 부천 등 여러 지역으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해당 지역주민들은 서로 연대해 추진위원회까지 구성하며 메가시티 서울을 주장하고 있다. 서울 편입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와 함께 원활한 교통망 구축 등 현실적인 문제 해결을 희망하고 있다.

급기야 여당인 국민의힘은 지난 11일 광역 시·도 간 통합 및 관할구역 변경 지원에 관한 특별법과 경기도 도시들의 편입 절차를 동시에 진행하는 '행정통합특별법'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지역 분위기도 다르지 않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강기정 광주시장도 수도권 1극 구조를 깨야 한다며 서울·광주·부산 3축 메가시티를 통해 다극구조로 바꾸고, 지방의 도시 경쟁력을 키워 대한민국의 역동성이 살아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렇듯 여야 정치권, 지역 어디 할 것 없이 모두가 메가시티를 이야기하고 있다.

지금 이 분위기라면 메가시티가 되면 마치 천지가 개벽할 것만 같다. 또 누구나 윤택한 삶을 누릴 수 있을 것만 같다. 그야말로 국민 삶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묘약이 메가시티 뿐인 듯하다. 그렇다면 메가시티에 포함되지 않는 도시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집값은 지지부진하고 교통은 여전히 불편하며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기 힘들어 결혼은 물론 아이 낳기도 버거운 도시로 전락하고 마는 것일까.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어느 지역에 살고 있느냐와 상관없이 메가시티가 누리는 것들을 함께 누리며 살아야 하는데도 말이다. 편리한 교통에 좋은 일자리, 아이 낳기 좋은 환경은 비단 메가시티에서만 누려서는 안 되는 것들이다.

우리는 이런 것들을 누구나 누릴 수 있는 대한민국을 꿈꾸며 4년에 한 번 자치단체장 및 국회의원 선거를 치르고, 5년에 한 번 대통령 선거를 치러왔던 것 아닌가.

메가시티 논란에 앞서 그동안 여야 정치권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묻고 싶다. 제 잇속만 차리는 여야 정치가 오늘날 메가시티를 주장할 수밖에 없는 국민이나, 메가시티 역풍을 우려하는 국민을 만들었다.

좁은 국토를 17개 시도로 쪼개 자리 나눠 먹기를 하는 데다 줄어드는 인구에도 국회의원 수는 늘려야 한다고 하거나, 내년 총선에 앞서 자신의 공천을 위해 주저 없이 정파 싸움에 뛰어드는 과감함은 우리 국민의 삶을 나아지게 만드는 노력인가.

결국 그들만의 리그에서 머물며 국민 삶에 깊숙하게 다가가 현안들을 해결하지 않고 그대로 모르쇠로 일관한 채 흘려보내온 세월이 오늘날 메가시티로 터져 나왔다. 메가시티를 해법인 양 내놓을 것이 아니라 정치권의 반성이 선행돼야 하지만 이런 반성은 온데간데없고, 분홍빛 미래만 그리고 있는 현실이 그저 우습다.

물가상승률보다 저조한 경제 성장으로 실질 국민 소득은 줄었고, 가계 대출은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으며, 저출산으로 외국에서도 대한민국 소멸을 우려하고 있는 우리 상황이 과연 누구의 탓인가. 각종 인프라가 집중된 서울과 지역 간 양극화를 해소하자며 그동안 여야 정치권이 줄기차게 주장해 온 지역균형발전은 이제 메가시티란 단어에 밀려나게 됐다.

이달 초 유엔 산하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발표한 '2023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들의 행복도 평가는 10점 만점에 5.951점으로 전 세계 137개국 중 57위다. 이는 OECD 국가 중 최하위다. 짧게 정리하면 아이를 낳고 싶지 않을 정도로 행복하지 않다는 것이다.

세계 국가별 국토면적에서 107위를 기록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메가시티 논란을 보며 동요 한 소절이 떠올랐다.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나가면 온 세상 어린이들 다 만나고 오겠네.'

자꾸자꾸 편입하다 보면 우리나라 전체가 진정한 메가시티 서울로 편입될 수 있겠구나 생각이 든다. 메가시티가 곧 전국의 서울화가 진정 모든 난제 해결의 열쇠라면 얼마나 다행일까. 오답을 향해 가는 정치권이 한심할 뿐이다.

/이은경 경제부장∙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