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서 발생한 도난사고의 범인이 잡히지 않아 범행의 구체적인 경위와 방법이 밝혀지지 않은 경우 관리업체에 도난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지법 동부지원 민사합의4부(재판장·한명수 부장판사)는 13일 김모씨(63·여)가 “업체의 관리소홀로 2억여원 상당의 금품을 도난당했다”며 아파트 관리업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관리업체가 아파트 관리업무 소홀 등으로 입주자들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입주자는 피고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지만 도난사고의 구체적인 경위와 방법, 그 범인 등이 전혀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도난사고가 곧바로 피고의 의무불이행에 의해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관리계약상 피고가 ‘고의 또는 중과실’로 주민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배상해야 한다”며 “경비원 이모씨가 규정에 따라 출입자들을 일일이 확인하지 않아 도난사고가 발생한 것이라는 원고의 주장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이씨의 근무위반은 ‘중과실’로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재작년 10월 외출했다 귀가해 시계와 귀금속 등 2억여원 상당의 금품을 도난당한 사실을 알게 되자 경비원 이씨가 모든 방문객의 신원을 일일이 확인하지 않은 사실을 들어 아파트 관리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