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욕구 채워주고 시민활동 터전 돼야

[영국 화이트채플 도서관]
아동 보육용 독서·예술 관련 이벤트
성인 대상 북 클럽·무료 법률 자문 진행

[일본 기후시립도서관]
'협동의 마을 만들기' 거점 공간 제공
외국인 강좌 운영·생활 상담 창구 개설

인천, 양적 성장 치우쳐 차별성 부족
매력적인 도시 되려면 다양성 담아내야

도시의 삶에서 누릴 수 있는 다양한 시설 인프라 가운데 유년기부터 성인까지 가깝고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문화 시설은 도서관이다. 시·군·구와 교육청 단위로 다수의 시설들이 지역마다 운영된다. 최근 어린이를 위한 도서관 시설도 편리한 기능의 공간과 설비를 갖추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막상 도서관에 가 보면 시간대나 세대별로 시설 이용에 아쉬운 부분을 체험하게 된다.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이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은 주말로 제한되고, 아이를 데리고 찾게 되는 부모는 어린이도서관을 주로 이용해야 하는 점에서 조금 더 가깝고 폭 넓게 활용할 수 있는 시민 공간으로서의 변화를 기대하게 된다.

세계의 다른 도시에서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대응하는 도서관을 조성하고 조금 더 도시민의 생활에 밀착되어 폭 넓게 이용되는 시민문화 거점의 역할을 하고 있다.

▲ 영국 런던의 교육 커뮤니티센터 '아이디어스토어 화이트채플' 전경./사진출처=아이디어스토어 홈페이지
▲ 영국 런던의 교육 커뮤니티센터 '아이디어스토어 화이트채플' 전경. /사진출처=아이디어스토어 홈페이지

문화적 욕구 채우는 英 화이트채플 도서관

아이디어 스토어(Idea Store)는 영국 런던의 타워 햄릿 자치구에 있는 교육 커뮤니티센터 체인으로 전통적인 도서관 서비스뿐만 아니라 다양한 성인학습과 청소년 진로 지원, 모임 등 카페 기능과 예술 여가활동을 제공한다.

세인트 존(Judith St. John) CEO는 아이디어 스토어를 만드는데 있어서 소비자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면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주요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는 우리 삶의 정상적인 과정에서 우리가 가는 곳에 가고 싶다. 우리는 우리 자신에 대해 기분 좋게 만드는 곳을 원한다. 그것은 우리의 것이어야 한다. 그곳에 가면 당신에게 관심이 있고, 할 말이 있는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들이 당신의 이웃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디어 스토어 전략은 런던의 타워 햄릿 자치구에서 도서관과 정보 서비스의 성능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으로 1999년에 승인됐다. '도서관 운동과 교육 분야의 전통을 표방하지만 흥미로운 방식으로 제공하는, 즉 새로운 사용자를 끌어들이고 기존 사용자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2002년 5월 보우(Bow) 지역에 상당한 규모의 서비스 리모델링과 자본 투자를 통해 첫 번째 아이디어 스토어가 문을 열었다. Learning & Skills Council과 Tower Hamlets College가 전략 실행에 상당한 기여를 함으로써 서비스 개발 및 자금 지원을 위한 파트너십의 접근 방식을 취했다. 이후 Chrisp Street(2004), Whitechapel(2005), Canary Wharf(2006), Watney Market(2013) 등의 다른 여러 지점들도 런던에 문을 열기 시작했다.

이 가운데 2005년 9월 화이트채플이 오픈했다. 영국 건축가 데이비드 아디아예(David Adjaye)에 의해 디자인된 건물에 들어서서 한때 유럽에서 가장 큰 이디시 도서 컬렉션의 본거지였던 이전 화이트채플 도서관을 포용했다. 현재에도 크고 작은 규모로 확장을 거듭하면서 접근성이 높여 시민들의 일상에서의 문화적 욕구를 채워 나가고 있다.

일상 보육을 실천하는 어린이 이벤트가 다양하게 제공된다. '스토리 타임'은 아이들을 위한 시간으로 이야기와 재미, 그리고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책을 고를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아이디어 상점들이 열린다. '숙제부'는 온라인을 통해 어린 아이들과 학생들을 위한 커리큘럼을 지원하고, 학업에 필요한 정보를 온라인과 인쇄된 자료의 형태로 제공한다. '아트클럽'은 페인트, 접착제, 반짝이 등 다양한 소재를 사용하여 아름다운 것을 만들며 아이들의 창의성을 증진한다. 누군가를 위한 축하카드, 겨울이나 봄의 그림, 혹은 다른 사람들이 보기를 원하는 기발한 작품을 만들 수도 있다.

또 풍요로운 여가 생활을 실현하는 성인 이벤트 및 활동도 적극적으로 제공된다. '프라임 타임'은 50대 이상의 장년이 즐겁고 편안한 시간을 보내며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고 대화를 나누며 여유롭게 차를 즐기는 시간을 제공한다. '북 그룹'은 무료로 운영된다. 월례모임에서 동료 독자들과 책에 대해 토론하고 매달 무엇을 읽고 있는지를 공유한다. '팝 로우'(Pop Law) 법률 자문 클리닉은 변호사들이 부채, 주택, 고용, 소비자 및 복지 혜택과 관련된 문제와 같은 다양한 분야의 법률 자문을 무료로 제공한다.

▲ 일본 기후(岐阜)시립도서관 '민나노모리' 내부 모습./사진출처=민나노모리 홈페이지
▲ 일본 기후(岐阜)시립도서관 '민나노모리' 내부 모습./사진출처=민나노모리 홈페이지

'지식·정·문화'의 거점 되는 기후시립도서관

일본 기후(Gifu, 岐阜)시의 민나노모리(Minnano Mori)는 '지식의 거점' 역할을 담당하는 시립중앙도서관, '정의 거점'이 되는 시민활동 교류센터이며 다문화교류 플라자, '문화의 거점'이 되는 전시 갤러리 등으로 구성된 복합문화시설로서 일본 건축가 이토 토요(Ito Toyo)에 의해 설계됐다.

시설은 '뿌리부터 지식을 가지와 잎으로 서로 만나 꽃피워 내일로의 씨앗을 만들어 키운다'는 이념을 기반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지식이 넘치고, 다양한 활동을 통한 사람과 사람 간의 교류를 창출하며, 지역문화와 더 나은 지역사회 창조로 이어지는 도시의 미래를 만드는 초석이 되는 것을 목표로 건축됐다.

소장 가능한 도서는 90만권, 좌석 수는 910석이다. 시설 최대의 특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목제 격자 지붕을 가진 시립중앙도서관으로 시민활동과 발표 스튜디오 등을 갖췄다. 기후시의 시민활동을 적극 지원하는 '시민활동교류센터', 전시·발표회·강연회·세리머니 등 다양한 사용법이 가능한 '모두의 홀'·'모두의 갤러리' 외에 국제 교류의 장이 되는 '다문화교류 플라자'도 들어섰다.

중앙도서관에는 기후의 산등성을 연상시키는 형상의 나무 격자 지붕으로 각 지역을 부드럽게 감싸는 '그 로브'가 걸려 있으며 로브를 중심으로 소용돌이치듯 배치된 책장은 관람객들을 책 숲으로 초대한다. 시민활동교류센터는 무엇이든 상담할 수 있는 카운터는 물론, 크고 작은 4종류의 스튜디오가 있다. 최대 1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생각나는 스튜디오'나 한 면이 거울로 된 '춤 스튜디오' 등을 갖추고 다양한 시민문화 활동을 지원한다.

'지식의 거점' 시립중앙도서관은 '여기 있는 것이 기분 좋다', '몇 번이라도 와보고 싶어진다', '계속 여기 있고 싶어진다'는 공간으로 900석 이상의 좌석과 천천히 책을 읽거나 원하는 정보를 여유롭게 알아볼 수 있도록 마련됐다.

'유대의 거점' 시민활동교류센터는 시민의 활동을 '알다', '즐기다', '지지한다', '키운다', '창조한다'라는 5개의 기본적인 기능을 가지는 '협동의 마을 만들기의 추진거점'으로서 시민활동을 더욱 발전시켜 시민활력 증진 사업을 펼친다. 또한 '다문화교류플라자'는 다양한 나라 사람들이 모여 배우고 활동하는 공간으로서 '와이와이 서클'을 중심으로 외국이나 일본의 문화체험, 일본어 강좌 외에도 다국어에 의한 외국인 시민을 위한 생활 상담 창구를 개설하고 있다.

'문화의 거점' 홀과 갤러리는 시민들이 다양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행사와 전시실로 구성되어 커뮤니티, 교육, 이벤트가 쉼 없이 진행되고 공간적으로도 내부와 외부를 연결해 거점의 기능을 도시생활로 확장해 시민 라이프스타일을 지원한다.

 

확장되는 도시에 부응하는 시민문화거점 필요

인천은 새로운 도시가 확장되면서 규모뿐만 아니라 다양성과 입지, 구조 측면에서도 매력적인 도시이다. 하지만 수도권 중심의 시각으로 보면 이러한 입지적, 구조적 조건은 도리어 서울로 출퇴근이 가능한 베드타운 또는 서울로의 진입을 위해 거쳐 가는 도시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아직도 인천은 양적인 성장에만 치중하여 어느 도시, 어느 동네에도 있을 법한 비슷한 형태의 기반 시설로만 시민문화 거점이 양산되고 있어 도시의 차별성을 갖지 못하고 있다. 인천의 도시는 상당한 속도로 성장하고 있으나 시민문화 거점은 확장하는 도시의 속도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매력적인 도시는 규모만큼이나 도시의 다양성을 밀접하고 깊이 있게 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부터라도 인천은 도시 확장의 흐름에만 기대기보다 도시의 미래를 상상하고 시민문화의 가치를 가꾸어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의중 건축재생공방 대표
▲ 이의중 건축재생공방 대표

/이의중 건축재생공방 대표

/공동기획=인천일보·인천학회·인천도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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