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이 9일 간토대학살 추모문화제를 연다. 한일 민간 문화예술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간토, 100년의 침묵'은 이날 7시 성남 가천대학교 예음홀에서 진행된다. 간토대학살 100주년이었던 9월 초에 열렸더라면 더 좋았을 터이나, 100주년 해를 넘기기 전에 뒤늦게라도 원혼을 달래는 자리가 마련된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 하겠다.

1923년 간토대지진에 이은 조선인대학살은 추모문화제 타이틀 그대로 한국 땅에서 긴 침묵 속에 놓여 있었다. 일본 현지에서는 1960년대부터 간토대학살을 조사 기록해야 한다는 시민운동이 이어졌고, 1973년 희생자 50주년 추모비가 세워져 해마다 추도식이 열렸다. 하지만 부끄럽게도 국내에서는 지난 100년간 제대로 된 추도식이 열린 적이 없다. 일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정부 차원에서 추모 행사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이 있었지만 사회적 반향이 미약했다.

1923년 9월 초 며칠 사이에 일본 군경과 민간인에 의해 살해된 조선인이 몇 명인지 아직도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당시 일본 정부는 233명이라 발표했고, 상해 임시정부 기관지인 <독립신문> 보도에 따르면 6661명이다. 수만 명에 이를 것이라는 추정도 있다. 그해 10월 조선인 진상조사단이 구성되었으나 일본의 방해로 제 역할을 할 수 없었다.

대지진이 발생한 다음 날 일본 경찰은 조선인의 폭동을 날조해 발표하고, 일본 언론은 검증 없이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일본 경찰은 조선인 사회의 독립운동 움직임을 이미 그해 봄부터 매우 경계하고 있었고, 대지진이 발생하자 조선인을 희생양으로 삼았던 것이다. 훗날 재판에서 학살 행동에 나섰던 일본인 자경단이 실토한 사실들이다.

간토대학살의 진상을 밝히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일은 '새로운 한일관계'를 위해서뿐만 아니라 생명과 평화라는 문명패러다임 대전환의 차원에서 바라보아야 할 문제다. 일본 정부가 이제라도 책임을 인정하고 사죄하도록 한국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경기도 차원의 추모문화제 '간토, 100년의 침묵'이 이를 촉진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