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7월 중국 베이징의 코로나19 건강코드 검사 줄. /사진=연합뉴스

중국에서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등 호흡기 질환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일부 지역에서 '제로 코로나' 3년을 상징하는 전자 통행증인 '건강 코드'가 다시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일 중국 정단신문은 소셜미디어 게시물들을 인용, 쓰촨성과 광둥성 정부가 지난해 12월 폐지된 '건강 코드'를 부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누리꾼들이 올린 녹색 건강 코드 캡처 화면을 함께 게시했다.

중국은 지난해 12월 7일 갑자기 방역을 해제하면서 건강 QR코드 녹색 확인 의무를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건강 코드는 유전자증폭(PCR)검사 시기 및 음성 여부, 백신 접종 여부 및 시기, 이동 장소 등 개인별 코로나19 방역 관련 정보가 통합 저장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칭한다.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시행하는 동안 모든 공공장소, 회사, 대중교통 등 언제 어디를 가든지 건강코드를 입구에 마련된 QR코드에 스캔해야 했기에 중국 사회의 필수 '통행증' 내지 '출입증'으로 자리했다. 코로나19 위험 지역 거주자나 해당 지역 방문 이력이 있으면 적색이나 황색으로 표시돼 이동의 제약을 받는다.

정단신문의 해당 기사는 4일 인터넷에서 검색이 됐지만 정작 정단신문 홈페이지에서는 사라졌다.

광저우 관리들은 정단신문에 건강 코드 앱의 일부 기능은 폐지된 적이 없다면서도 개인 이동 제한 기능은 이미 폐지됐고 부활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RFA는 "중국에서 호흡기 질환이 확산하면서 당국이 건강 코드가 부활했다는 주장에 대한 기사를 검열하고 있다"며 "관련 기사들은 코로나19 방역 정책이 돌아올 수 있다는 데 대한 대중의 우려를 반영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 등에는 "내 평생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랐다", "불을 안 피웠는데 연기가 날까", "그 기사를 봤을 때 메스꺼움이 느껴졌다. 건강코드가 모두의 건강을 보호했다고 말하지 말라. 그런 말 받아들일 수 없다. 필요 없다", "겁주지 말라. 눈물이 나려고 한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고 전했다.

또 저장, 톈진, 허베이, 광시, 산시 등지에서 건강 코드가 부활한 것을 찍은 여러 누리꾼의 스크린숏을 한데 모아 올린 블로거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최근 며칠간 소셜미디어에는 광저우 콘퍼런스를 포함해 일부 지역에서 코로나19 강제 검사가 부활했다는 게시물도 올라오고 있다.

상하이 푸둥 국제공항에서는 도착 승객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다시 시작했다고 현지 직원 마모 씨가 RFA에 밝혔다.

마씨는 "공항 당국은 도착 승객을 무작위로 검사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나는 비행기 전체를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이어 "내 친구는 어제 호주행 비행기를 탔는데 비행기에 소독제를 뿌리고 있었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우한의 한 병원 간호사 쑨모 씨는 RFA에 "현재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이 매우 심각하고 건강 코드는 이미 푸젠, 광둥, 산시, 쓰촨 등지에서 재개됐다"며 "코로나19가 그랬던 것처럼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이 어린이에서 시작해 퍼져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병원에서 항염증 주사를 맞으려면 7∼8시간 대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심지어 봉쇄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저장성 이우시는 주민들에게 열흘 치 식량을 비축해 두라고 지시했다.

온라인에 퍼지고 있는 이우시의 지침은 "모든 부서와 구내 식당은 전년도 보름치 평균 소비량에 맞먹는 대규모 곡물을 비축해둬야 한다"고 했다.

이는 당국이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조용히 봉쇄 조치 재개를 준비하고 있다는 우려를 촉발한다고 RFA는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광저우의 한 변호사는 RFA에 현재 퍼지는 호흡기 질환과 관련해 중국의 여론이 갈리고 있다면서도 정부가 모든 사실을 공개한다고 믿는 이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은 이번 전염병이 코로나19 후유증이거나 중국산 백신 탓이라고 믿는다"며 가짜 백신 또는 잘못 보관된 백신으로 어린이가 사망하거나 다른 피해가 발생한 여러 보건 스캔들 이후 중국산 백신에 대한 불신이 있다고 지적했다.

/채나연 기자 ny1234@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