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급생 코뼈 부러뜨린 여고생
가해 학생 3명 공동상해 혐의
피해자 부모 “부실 대응” 반발

인천 한 건물 옥상에서 여고생이 동급생을 폭행한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폭행 장면을 촬영한 가해 학생 친구들에게 영상을 지우라고 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피해 학생 부모 측은 “부실 대응”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4일 인천일보 취재 결과, 남동경찰서 구월지구대 소속 경찰관들은 지난달 17일 오후 9시30분쯤 폭행 신고를 받고 구월동 한 상가 건물 옥상으로 출동했다.

당시 A양은 또래인 B양으로부터 주먹으로 폭행을 당해 코뼈가 부러지는 등 크게 다친 상태였다.

B양이 A양을 폭행할 당시 현장에는 A양 친구 1명과 B양 친구 5명도 함께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B양 친구들 중 C군과 D양은 B양 범행을 옆에서 부추기거나 때리는 장면을 촬영하는 등 폭행에 동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현장을 출동한 구월지구대 소속 경찰관 E 경사가 영상을 확보하지 않은 채 학생들에게 “영상을 지워라”라고 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피해자 가족의 분노를 사고 있다.

A양 아버지는 “우리 아이는 다친 와중에도 경찰관에게 영상을 확보해 달라고 요청했었다”며 “증거를 확보해도 모자랄 판에 경찰이 가해자들에게 영상을 지우라고 하는 게 말이 되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경찰은 영상이 유포될 것을 우려해 삭제 요청을 했다고 변명했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결국 영상은 유포됐다”며 “경찰의 부실한 초기 대응으로 아이는 학교에 가기 어려울 만큼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현재 남동경찰서는 공동상해 혐의로 B양과 C군, D양을 불구속 입건한 상태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를 우려해 목격자들에게 영상을 지워 달라고 권유했다”며 “가해자와 목격자 모두 폭행이 있었다고 진술했기 때문에 영상을 확보하지 않아도 범죄 혐의를 입증하는 데 지장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B양을 지구대로 임의 동행해 조사할 때 일부 영상을 확보했다. 다만 목격자들의 휴대전화는 범죄에 사용된 물건이 아니어서 압수할 수 없었다”며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가해자 휴대전화에서 (지웠던) 원본 영상을 확보한 후 추가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나라 기자 nar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