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밀물

불교 금언에 이런 말이 있다. “당신의 과거가 궁금하면 지금의 처지를 살펴보라. 당신의 미래가 궁금하면 지금의 처지를 살펴보라.” 이 말은 지금의 상황은 과거에 한 행위의 결과이고, 미래는 지금 어떻게 하고 있는가의 결과라는 것이다. 아마 인과응보를 이렇게 표현한 것 같다. 서양 철학에서 인간의 삶을 설명하는 방식에 결정론과 목적론적 접근이 있다. 결정론적 접근은 인간의 삶을 선형적(linear)으로 바라보는 방식으로 원인이 있고 결과로 나타난다는 논리다. 반면에 목적론적 접근은 인간의 삶은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인가에 따라 현재의 행동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글쎄, 어떤 논리가 인간의 삶을 더 잘 설명하는지는 각자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따라 다를 것이다. 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했던 필자는 학생들에게 이 원리를 설명하며,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고 삶을 살아야 하는지를 이야기하곤 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지금 왜 여기서 강의를 듣고 있습니까?” 하고 묻곤 했다. 학생들 대부분은 “공무원이 되기 위해 행정학과에 입학했고, 그래서 지금 강의를 듣고 있습니다”라고 대답을 했다. 이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생각해 보자. 시간은 과거에서 현재로, 현재에서 미래로 진행되는 것으로 보통 생각한다. 바로 원인(과거)과 결과(현재)로 생각하는 인과론적 사고인 것이다. 그런데 목적론적 사고에서는 시간 흐름의 역전이 발생한다. 무슨 말인가 하면, 목적론에서는 시간이 미래에서 현재로, 현재에서 과거로 흘러간다는 것이다. 왜 그리고 어떻게? 바로 내가 성취하고 싶은 목표가 미래에 있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현재 노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시간은 그냥 과거에서 현재로, 현재에서 미래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서 현재로, 현재에서 과거로 진행되는 원리를 깨우치라고 당부했다.

현재 왜 이 강의실에 있는가? 미래에 (시민에 봉사하는) 공무원이 되기 위해 지금 행정학과 강의실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다. 만약 미래에 봉준호 같은 영화감독이 되고 싶으면, 현재 여기가 아니라 연극영화과에서 공부하거나 충무로 영화판에서 배워야 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젊은 사람들에게 꿈과 목표를 가진 미래지향적인 사람이 되라고 말한다. 즉, 미래의 꿈과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현재 열심히 노력하는 청년이 되라는 것이다. 시간은 단순히 과거에서 현재로, 현재에서 미래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꿈과 목표가 있는 사람에게 시간은 미래에서 현재로 역류하는 힘찬 몸짓, 멋지지 않나!

▲김천권 인하대 명예교수∙인천학회 고문.
▲김천권 인하대학교 명예교수.

/김천권 인하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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